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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시그널]불황에도 콧대 높은 명품에 지갑 여는 까닭(영상)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 전반이 침체된 와중에도 홀로 호황을 이어나가고 있는 업계가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명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28% 증가했으며(10월 23~25일 기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4월부터 7개월째 명품 매출이 두 자릿수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12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이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백화점 오픈 4~5시간 이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러한 현상은 매장이 오픈하자마자 뛰어가 줄을 서는 ‘오픈런’이라는 용어와 결합해 ‘샤넬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경기 불황과 명품의 인기라는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현대 사회. 꾸준히 성장중인 명품 시장 속 사람들의 심리를 행동경제학 연구소 정태성 대표와 함께 분석해봤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Q.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명품 소비는 기본적으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높은 가격은 상품에 대한 선호를 떨어뜨리면서 해당 재화를 구매하는 데 있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베블런 효과는 해당 재화를 소유하는 것이 이와 같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인식을 심어주므로, 상품이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효용 이외의 추가적인 효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소비를 과시적 소비라고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이는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면서 심적 보상을 받기 위해 지갑을 여는 현상을 일컫는다. 즉, 기본적으로 명품이 갖고 있는 베블런 효과로 인해 높은 비용에도 매출은 유지되었고, 코로나라는 특정 시기 이후 보복 소비로 인해 명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Q. 한정판 명품의 경우 리셀 가격이 판매 가격의 수십 배에 달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과시하고 싶은 심리는 남들과는 다른 우월한 위치에 있으려는 심리로 발전하기도 한다. 스놉 효과(Snob Effect)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흔한 제품이라 인식해 꺼리는 심리를 설명한다. 스놉 효과에 의하면, 특정 재화에 대한 과시적 소비가 다수의 대중들에게 확산되면 이런 소비가 더 이상 자신의 신분이나 위상을 차별화하는 데 효용을 발휘할 수 없게 되므로, 일부 소비 계층은 누구나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의 구매를 중단하고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다른 진귀한 상품으로 이동한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와 유통 업체들은 이러한 스놉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명품 중에 명품이라고 불리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제품 구매를 위해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며, 강남 신세계 백화점은 명품만을 위한 편집매장인 분더숍을 따로 운영한다. 한정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는 이유, 리셀로 인해 돈을 벌 수 있는 이유 모두 스놉 효과로 설명 가능하다.




Q. 놀라운 건 명품을 소비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이다. 명품 유행이 점점 젊은 세대로 넘어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2030 고객이 명품 매출의 50%를 넘길 정도로 MZ 세대의 명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학생복이 진행한 설문조사(2019년 12월)에 의하면 10대들이 명품을 사는 이유로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 소외당하기 싫어서’(13.1%)가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군중 심리, 즉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로 인해 명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독 청소년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브레인’이라는 책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 뇌의 특징에 의해 설명된다. 청소년의 뇌는 안와이마엽 피질(Orbitofrontal Cortex)이라는 결정, 미래 상상, 주의 집중을 담당하는 구역의 성장이 유아기와 큰 차이가 없고, 보상과 관련된 쾌락 추구 구역은 성인과 다를 바 없다. 그로 인해 또래의 압력에 쉽게 휘둘리며, 단기적 보상에 취약하다. 이러한 뇌의 특성이 군중행동을 더 격하게 만들어 명품을 소비하는 행태에 휩쓸리게 하는 것이다.


Q. 한동안 인스타그램에서는 ‘내가 명품이 된다면’이라는 패션 성향 심리테스트가 유행했고 유튜브에서는 지금도 ‘명품 하울’ 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10대들이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만큼 10대들의 명품 소비에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다.

실제로 미디어로 인해 명품이 ‘친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청소년들이 인플루언서를 따라 명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힙합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는 플렉스(flex)라는 힙합 정신을 유행시켰고, 아이돌, 셀럽들이 명품 앰베서더 활동을 하면서 ‘인간 샤넬’, ‘인간 구찌’라는 별명 또한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를 통해 설명된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소비하면 그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 집단과 같아진다는 환상을 갖는 파노플리 효과라는 개념을 규정했다. 사람들은 구매한 물건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인플루언서와의 동질감 혹은 그를 따르는 다른 사람들과의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명품을 구매하게 된다.


Q.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존중받을 수는 있겠지만 명품을 사기 위해 불법 도박, 조건 만남, 고수익 불법 아르바이트 등에 손을 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의 영향이 상당한 만큼 미디어와 같이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큰 집단에서 돈의 가치와 소비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 또한 명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

/김수진 인턴기자 wsjk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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