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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가치 높은 서원·향교·서당 20곳 '보물'된다

문화재청,건축연구로 20곳 보물지정 예고

강릉향교 명륜당, 병산서원 만대루 등

서당 보물 지정은 처음···퇴계가 지은 서당

서원(書院)은 조선시대 향촌에 근거지를 둔 사림(士林)이 성리학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립 교육기관으로, 선현(先賢)에 대한 제사부터 학문 연구와 후학 교육까지 담당했다. 향교(鄕校)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걸쳐 전국의 각 지방에 설립된 관립 교육기관으로, 그 건물은 엄격한 유교적 예법에 따라 명확한 직선 축과 좌우 대칭의 배치로 이뤄졌다. 서당(書堂)은 조선시대 사림과 백성이 마을 단위로 설립한 사립학교로, 글을 읽거나 쓰는 등 향교·서원에 들어가기 전에 익혀야 할 기초학습을 담당했다.

옛 교육기관인 서원·서당·향교 20건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강릉향교의 명륜당,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도산서원의 도산서당 등 20건의 서원·향교 문화재를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지금까지 보물로 지정된 서원은 7건, 향교는 8건이지만 서당이 보물로 지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문화재가 ‘보물’로 지정 예고된 배경에는 건축적 가치가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절제·간결·소박의 유교문화를 건축적으로 표현했고 △역사적 인물이 건축에 관여하거나 배향되고 있는 역사성이 담겼고 △남북의 축을 따라 동서 대칭으로 건물을 배치한 공간구성이 위계성을 보이고 △중수, 중건 등의 건축이력이 기록물로 잘 남아 있는 등의 가치가 높이 인정된 건축물들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8년부터 ‘건조물 문화재에 대한 지정가치’ 주제연구를 진행해 지난해 누정(樓亭·누각과 정자) 문화재 10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서당을 포함한 서원과 향교 430여 건을 대상으로 전문가 사전 검토를 거쳐 총 33건을 선정했고, 지정조사의 결과로 20건의 서원과 향교들을 대거 보물로 지정 예고하게 됐다. ‘보물’ 후보가 된 서원과 향교 문화재들은 강원 2건, 경기도 3건, 경상도 11건, 충청도 1건, 전라도 3건이며, 서원이 3건, 향교가 14건, 서당이 3건이다.

강릉향교 명륜당.




서울 성균관을 제외한 지방 향교로는 규모가 가장 큰 강릉향교는 ‘명륜당’과 ‘동무·서무·전랑’의 2건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강릉향교 명륜당’은 유교 이념교육을 위해 지어진 정면 11칸, 측면 2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의 건물이다. 전국 향교 명륜당 중 가장 큰 규모의 누각형 건물이다. 다른 일반 향교와는 달리 문 위에 집을 지은 문루형인데, 이는 조선 초기 문루에서 명륜당으로 정착되는 과정의 과도기 형태가 남아있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 받았다.

강릉향교 전경.


강릉향교 전랑.


‘강릉향교 동무·서무·전랑’은 지난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된 이곳 ‘대성전’의 일곽에 해당하는 건물들이다. 옮기지 않고 건립 당시의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제사를 지내는 중심 건물인 대성전과 더불어 향교건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정면 5칸, 옆면 1칸 규모의 단층 홑처마 맞배지붕 건물이 각각 동무와 서무를 이루고 있다. 동무에 홍유후·설총 이하 58위, 서무에 최치원 이하 57위가 봉안돼 있다. 양 옆칸에 채광과 환기를 위해 낸 ‘사롱창(斜籠窓)’이나, 창틀의 모서리가 액자틀처럼 45도로 맞춤한 ‘연귀맞춤’ 등의 방식이 눈길을 끈다. 복도인 전랑(前廊)은 향교의 제례 구역 출입문인 내삼문의 역할을 하면서도 다른 향교와는 달리 행랑형식이라는 독특한 건축적 특성을 가진다.

항공사진으로 본 수원향교 대성전.


‘수원향교 대성전’은 1789(정조 13)년에 지금 위치로 옮겨졌고, 정조의 어명으로 1795(정조 19)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경기도 내 향교 대성전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대성전이 새로 지어지는 과정이 ‘화성성역의궤’ 등의 문헌에 공사보고서처럼 상세히 전한다.

안성향교 대성전.


‘안성향교 대성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7세기 중엽에 재건된 이후로 수차례 수리가 이뤄졌음에도 건축의 형태와 구조, 의장 등 전반에 걸쳐 건립 당시의 고식(古式)을 잘 유지하고 있다. 지붕가구가 대들보·중보·종보의 구조를 모두 갖춘 ‘삼중량’ 구성을 이루는 등 17세기 조선 중기 건축기법의 연구에 귀중한 학술자료로 평가됐다.

안성향교 풍화루.


이곳 ‘안성향교 풍화루’는 중층 누각형태의 정면 11칸, 측면1칸의 규모로 누각과 출입문 역할을 겸했는데, 현존하는 조선 시대 향교 문루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의 여건 속에서, 어렵게 구한 목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전체적인 시각적 안정감과 조화로운 비례를 갖춰 건축 조형미를 잘 구현했다.

산청 단성향교 명륜당.


산청 ‘단성향교 명륜당’은 1725(영조 1)년에 중건된 이래로 여러 차례 수리과정을 거쳐 누각형식의 독특한 평면을 유지하고 있다. 동·서재가 명륜당 뒤쪽에 위치하는 경남지역 유일의 전당후재(前堂後齋)형 누(樓) 형식의 명륜당이라는 게 특징이다. 건물 중앙부의 높은 지붕이 좌우 온돌방 쪽의 낮은 지붕과 연결되면서 형성한 공(工)자형 지붕은 유례가 드문 독특한 양식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밀양향교 대성전.


‘밀양향교 대성전’은 1602(선조 35)년에 중건된 이후 1617(광해군 9)년과 1820(순조 20)년에 현 위치로 이건되기까지 17세기와 19세기의 건축수법과 형식, 기술 등이 혼재돼 시대적 건축 기술의 흐름과 특징을 하나의 건물에서 보여준다는 점이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이를테면 대성전 배면(뒤쪽면)은 익공에는 1602년 중건 당시의 수법이, 정면에는 1820년 이건 이후의 수법이 드러난다.

밀양향교 명륜당.


‘밀양향교 명륜당’은 1618(광해군 10)년에 지금 자리에 중건된 후 여러 차례 수리되면서도 건물의 구조와 평면형식, 공포 등의 세부기법 등을 잘 보존하고 있어 조선 중기 명륜당의 건축 특성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다.

상주향교 대성전.


‘상주향교 대성전·동무·서무’는 임진왜란 후 1610~1612년 사이에 재건됐으며 이후 수리를 거쳤지만 조선 중기 건립 당시의 원형을 대체로 잘 간직하고 있다. 대성전의 5칸 전퇴개방형 규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보물 제141호) 다음으로 큰 제주향교 대성전(보물 제1902호)과 같은 규모다.

경주향교 명륜당.




‘경주향교 명륜당’은 1614(광해군 6)년 때 중건한 이래 18세기(1705년)와 19세기(1841년, 1873년, 1880년)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향교 명륜당 가운데 객사형 건물(성균관, 나주향교 명륜당)을 제외한 단일 건물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중수기 등의 문헌 기록이 풍부하게 남아 있어 건축 연혁을 자세히 알 수 있다. 기단과 초석에 사용된 석재의 가공, 익공의 초각, 지붕 가구의 구성 등에서 17세기 건축의 면모를 볼 수 있어 이미 보물 제1727호로 지정된 경주향교 내 대성전과 호응하는 규모와 품격을 가지고 있다.

경주향교 신삼문.


‘경주향교 동무·서무·신삼문’은 경주향교 대성전의 제향공간을 구성하는 건물들로, 1604(선조 37)년에 중건된 동무·서무는 정면 12칸에 디른다. 신삼문은 기록상 대성전이 중건되는 1602(선조 35)년에 함께 중건된 것으로 확인되는 오래된 건축물이다. 특히 문지방으로 사용되는 하인방의 아래쪽에 신방목과 신방석이 남아 있는 것이 특이한 구조인데, 대성전에서도 발견되는 이같은 특징은 신라시대의 수법이 그대로 남은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끈다.

담양 창평향교 대성전.


‘담양 창평향교 대성전’은 여러 번 중수 끝에 1689(숙종 15)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ㅁ형의 독특한 배치형식으로, 대성전 앞에 마당을 담장으로 구획하고 담장 밖 좌우에 동·서재를 놓고 중심축선에서 약간 치우쳐 명륜당을 두었다. 대성전 공포양식이 기둥머리에서 보방향으로 반쪽짜리 첨차가 빠져나와 받치는 헛첨차가 만두모양의 교두형(翹頭形)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향교에서 드문 사례다.

담양 창평향교 명륜당.


‘담양 창평향교 명륜당’은 양 박공 면에 풍판(風板)을 설치하지 않아 목구조가 잘 드러나 보인다. 대성전을 향하는 전면이 창호 없이 모두 개방돼 있는데 이는 호남지방 향교에서 극히 드문 사례다. 가구구성의 튼실함, 정교한 초각과 수려한 주심포 양식은 전국 향교 명륜당 건물 중에서 수작으로 평가된다.

순천향교 대성전.


‘순천향교 대성전’은 정면 5칸, 옆면 3칸으로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종도리 밑면에서 1649(인조 27)년에 쓴 상량묵서가 확인돼 17세기 중엽의 건축이라는 근거가 분명하다.

구미 금오서원 정학당.


‘구미 금오서원 정학당’은 길재부터 김종직, 정붕, 박영, 장현광이 배향된 금오서원의 강당이다. 임진왜란 직후 현재 위치에 새로 건립돼 변형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이를 증명하는 기록과 현판들이 남아 있어 서원의 역사와 변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서원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지역적 특징과 고유한 특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건축 미학적 가치가 뛰어나고 임진왜란 직후 창건된 건물로 조선 중기 강당 건축의 모범을 보인다.

구미 금오서원 상현묘.


‘구미 금오서원 상현묘’는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없어지지 않고 사액된 47개 서원 중 하나인 금오서원의 사당이다. 임진왜란 이후 중건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해 조선 중기의 건축구조와 양식을 유지하고 있는 품격 있는 서원 사당이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는 정면 7칸, 측면 2칸의 압도적인 규모다. 팔작지붕이면서 전체가 개방된, 다른 곳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이다. 병산서원의 강학공간과 제향공간을 외부로부터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과 함께, 병산서원 맞은편의 강과 절벽이 이루는 풍광을 서원 내부로 끌어들이는 마치 액자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연의 경치를 그대로 두고 건축물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내는 전통적 조경수법인 ‘차경(借景)’을 잘 살린 누각이라 병산서원 건축의 백미이자, 우리나라 서원 누각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은 1561(명종 16)년 건립된 이후 철저한 보존관리 방침과 보수 절차에 의해 관리돼 약 460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다. 퇴계의 건축관이 반영된 초기 형태의 서당으로 16세기 건축형식과 독자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서당건축의 초기적인 형태인 3칸 구성이지만 좌실우당(左室右堂)형의 보기 드문 평면이다. 특히 퇴계 이황이 건축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고, 문헌을 통해 건축 참여인물과 관련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서당건축 연구의 귀중한 자료다.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


‘안동 도산서원 농운정사’는 도산서당과 더불어 퇴계가 직접 설계한 건축물이다. 정면 4칸, 측면 3칸 규모의 민도리식 맞배지붕으로 ‘공(工)’자형 평면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공(工)자형 건물은 풍수지리 양택론에서 금기로 여겨졌기에 나타나는 사례가 거의 없고, 기존의 다른 서원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특히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설치한 창호는 실내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눈높이를 고려해 높이와 크기가 각기 다르다.

옥천 이지당.


‘옥천 이지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이자 의병장인 중봉 조헌이 옥천 지역에서 머무르며 후학을 양성했던 업적을 기리고자 세운 정자형 건물로 우암 송시열이 ‘이지당(二止堂)’이라 이름 짓고 직접 현판을 썼다. 마루와 온돌로 된 소박한 ‘一’자 형의 본채를 중심으로 좌우로 누가 부가된 ‘ㄷ’자 형의 독특한 평면구조를 보여 주는 서당 건물이다.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앞으로도 연구를 통해 가치가 알려져 있지 않은 건조물 문화재를 적극 발굴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 문화재의 사회적 가치 제고와 주변환경 정비 등 역사문화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20건의 서원·향교 문화재는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다음 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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