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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두둑이 쌓아둔 은행권, 美대선 불확실성에도 '차분'

통화스와프로 외화 조달 원활

달러예금 규모도 넉넉해 안심

트럼프 불복 시나리오도 마련

미국 대통령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과 소송전으로 얼룩지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4년 전 미 대선 당시의 ‘트럼프 쇼크’와 달리 국내 은행권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도 배치된다. 은행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을 포함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둔데다 안팎으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시장위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미 대선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자금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별도의 비상대책반을 편성하거나 긴급회의를 개최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미 대선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에는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국내 은행들도 긴급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은행별 내부 대책반을 가동하는 것은 물론 은행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금융시장 위험요인과 컨틴전시플랜을 점검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미 대선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한결 다르다. 은행권이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풍부한 달러 유동성에 있다. 4년 전 ‘트럼프 쇼크’가 은행권에 가장 큰 위협을 안겼던 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 유동성 위축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라는 이변 그 자체와 각종 급진적 공약에 대한 공포감,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전망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치솟으면서 달러값도 급등했다. 1,1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60원 가까이 올랐다가 취임 직전인 이듬해 1월에는 1,210원까지 올랐다. 외화 유동성을 여유 있게 유지해야 할 은행들로서는 이처럼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 비축해둔 외화자산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어 위험요인이 된다.



반면 이번에는 한미·한중 통화스와프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저금리 유지 기조로 위기 시에도 달러를 조달할 길이 넓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7월 미 연준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내년 3월까지로 연장한 데 이어 최근 중국 인민은행과도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를 590억달러로 늘리고 기간도 5년 더 연장했다. 국내 은행들로서는 만에 하나 달러 부족 사태가 생겨도 한국은행을 통해 얼마든지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연준도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도 유지해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은행 내부적으로도 넉넉한 달러예금이 안심요인이다. 달러예수금은 외화자금 중에서도 이탈률이 가장 낮아 차입금·외화채 등에 비해 가장 안정적인 조달처로 꼽힌다.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26억2,800만달러로 올 들어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관련 혼란은 예견됐던 부분인데다 지금은 워낙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 4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금융시장과 은행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웬만한 불확실성에는 대비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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