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점 고양이들이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뮤지컬 ‘캣츠’. 고양이의 삶을 통해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작품은 전 세계 관객을 매료시키며 1981년 초연 후 40년 간 숱한 기록과 스토리를 낳기도 했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을 뚫고 한국 무대에서 막을 올리며 또 한번 큰 화제를 불러모은 이 공연에 유독 눈길을 끄는 이색 기록의 주인공이 있다. 3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어머니에 이어 같은 배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도미니크 해밀턴(사진)이다. “캣츠는 그 자체로 공연계의 위대한 유산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더 특별한 유산”이라는 그를 캣츠 40주년 내한공연이 한창인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도미니크는 미워할 수 없는 도둑고양이 ‘럼플티저’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럼플티저는 극 중 몽고제리와 함께 최고의 합을 선보이는 ‘도둑 커플’로 나와 한 몸 같은 움직임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40년간 이 매력적인 배역을 거쳐 간 수많은 배우 중엔 도미니크의 어머니인 라우라 해밀턴이 있다. 29세의 라우라가 1985년 호주 공연에서 럼플티저를 연기한 지 29년 뒤인 2014년, 26세이던 도미니크는 캣츠 내한 공연에서 같은 배역에 캐스팅돼 ‘모녀 럼플티저’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썼다. 모녀의 열정적인 20대가 이 한 작품에 담긴 셈이다.
“2014년 내한 공연 오디션 때 럼플티저 배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어릴 때 캣츠 영화를 보며 자란 제겐 엄마가 해낸 이 배역이 따라가고 싶은 길이고, 꿈이었죠.” 라우라는 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럼플티저 캐릭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한다. 딸이 ‘엄마와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도미니크는 “엄마는 오히려 관객과 호흡하면서 매 순간 다른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캣츠와 함께하는 여정이 나에겐 특별했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2014년에 엄마와 할머니, 이모들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봤다”며 “당시 엄마가 나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럼플티저는 고난도의 안무 실력이 필수인 배역이다. 다른 캐릭터들이 ‘혼자만의 매력’을 뽐내는 것과 달리 럼플티저는 커플을 이룬 몽고제리와 정확한 합을 맞춰 풍차 돌리기 같은 수준 높은 동작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엄마의 배역’이라서 럼플티저에 끌렸던 건 아니다. 여러 캐릭터 중 이 도둑 커플이 선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다. “럼플티저와 몽고제리는 공연 중 늘 뭔가를 하고 있어요. 호기심도 많고요. 동작은 힘들지만 작품에 큰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역할이죠.” 체형이 비슷한 상대 배우와 공연 내내 함께 호흡하면서 “의지할 좋은 친구가 생긴다”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고 한다.
도미니크는 배우에 이어 뮤지컬 제작자로 활동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섰다. 열 살에 팝스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호주 공연 합창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인생 대부분을 투어 버스와 백스테이지, 공연장에서 보냈다. 그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일상과는 다른 세계에 들어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게 공연의 특별함”이라며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코로나 19속에서도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커다란 축복이다. 도미니크는 “두 번째 한국 방문인데다 이런 (코로나 19) 상황에 라이브 공연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며 “안전하게 작품을 올리고 있으니 관객들이 계속 공연장을 찾아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캣츠는 오는 12월 6일 서울 공연을 마친 뒤 대구로 이동해 그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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