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우리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던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내년에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1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는 올해 -1.1%의 역성장을 기록한 후 내년 상품 수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제한되면서 3.1%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한국은행은 2.8%, 국제통화기금(IMF)은 2.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1%를 제시하고 있다. KDI의 전망치는 최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망치인 3%대와 비슷하다.
통상 경제전망을 수정할 때는 기저효과 등을 고려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조정한다. IMF가 지난달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1.9%로 0.2%포인트 상향한 대신 내년 성장률을 3.0%에서 2.9%로 하향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KDI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올해 전망치를 올리지 않았다. 특히 KDI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민간소비 부문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서비스 소비활동이 위축되면서 올해 민간소비가 4.3% 감소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4%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9월 제시한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인 2.7%보다도 낮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 부진이 계속돼 취업자 수는 10만명 정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더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 민주당의 성향상 바이든 당선인이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겠지만 법인세나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도 올리겠다고 공약했다”며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한 정책도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 실장의 판단이다. 이는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이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정책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로 수출 증가율이 0.6~2.2%포인트, 성장률이 0.1~0.4%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에 비해 보수적인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바이드노믹스로 내년 성장률이 0.1~0.3%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정부가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가채무 급증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해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세수 확보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세수를 광범위하게 늘리되 장기적으로는 증세 방안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답했다. 당장은 증세보다 지출 구조조정이 먼저라는 말이다. 네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올해 성장률을 0.5%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은 KDI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 정 실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백신이 충분히 보급되는 시점은 내년 말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더 빨리 개발되고 보급된다면 전망보다 나은 성장률이, 개발이 느려지고 보급이 잘 안 된다면 전망보다 낮은 성장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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