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올해 초 수요가 크게 늘어난 국내 자전거 기업이 하반기 들어 성장폭이 둔화되고 있다. 가을로 접어드는 3·4분기는 자전거 비수기라 매출이 자연 하락한 것도 있지만 낙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커졌다. 고급 자전거는 외국산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저가 자전거 수요는 공유자전거가 대거 흡수하고 있어 국내 전통 자전거 기업들이 매출 반등에도 비상에 걸렸다.
11일 삼천리자전거(024950)는 올해 3·4분기 33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가 장기화 되며 자전거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1,107억원을 보이며 지난해 3분기 누적 대비 40% 성장했다. 3분기 누적 이익 역시 14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2·4분기 대비 3·4분기 매출 성장은 다소 둔화했다. 3·4분기는 자전거 비수기라 판매가 줄어들긴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도 매출 둔화폭이 커졌다. 실제 지난해 3·4분기 매출액은 216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3% 하락에 그쳤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36% 매출이 떨어지며 코로나19 효과에도 비수기 매출 하락폭이 소폭 늘어났다.
이는 해외 고급 자전거와 공유 자전거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가 자전거는 해외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4분기까지 누적 자전거 수입 규모는 1억3,829만달러(1,53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1%나 늘었다. 특히 비수기인 3·4분기 수입 금액은 5,235만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5,419만달러와 비교해도 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천리자전거의 자전거 수입 규모는 더 크게 줄었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중국 등지에서 자전거를 수입하는 삼천리자전거는 2·4분기에서 3·4분기로 넘어가며 자전거 상품 매입액이 308억원에서 210억원으로 31% 감소했다.
고가 자전거 수요뿐 아니라 저가 자전거 수요는 공유자전거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올 10월 기준 2만9,500대로 5년 만에 13배 늘어났다. 서울, 대전, 새종 등 각 지자체들의 공유자전거뿐 아니라 카카오 등 민간기업 역시 공유자전거 사업을 하며 저가 자전거 수요 대부분을 공유자전거가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전거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성장 탄력을 받고 있다”며 “국내 자전거 업체들은 전기자전거, 킥보드 개발 등 변신을 시도하지만 이는 글로벌 업체도 마찬가지로 경쟁사 대비 경쟁력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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