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노조로 기울어 있는 힘의 균형추가 더욱 기울어 노사관계가 추가로 악화할 것이라는 학계 우려가 제기됐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노사균형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ILO 협약 비준만을 목적으로 노조법을 개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어떤 균형과 불균형이 있는지 전반을 들여다보며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노조법상 드러나 있는 힘의 불균형을 외면한 채 ILO 협약 비준만 추진한다면 사용자의 대항권이 더욱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노조법이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된 시설’로 점거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사실상 노조의 사업장 점거에 무기력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은 근로자의 단결권만큼 사용자의 재산권과 영업권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하에 직장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다. 김 교수는 “쟁의의 본질은 근로자가 집단으로 노무(勞務)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라며 “노무 제공을 거부하면서 직장을 점거하는 것은 쟁의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홍기 고려대 노동사회법센터 전임연구위원도 “파업을 하면 사업장 시설을 점거부터 하는 노조 관행은 문제”라며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업장을 점거하는 노조를 상대로 민형사상 대응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사 간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분쟁만 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긴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조용길 I&S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회사를 떠난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돼 이들이 사업장을 드나들게 되면 이는 사업장이 일종의 면책특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사용자의 대체근로가 노조법 43조에 의해 전면 금지된 데 대해서도 김 교수는 “기업이 인력 대체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하는 과잉제한 법률”이라며 “직업 선택과 기업 경영의 자유, 그리고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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