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일(현지시간) 아두카누맙 신약 허가 신청에 대한 검토자료를 공개하며 “아두카누맙의 효능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가 강력하고 매우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FDA 자문위원회는 아두카누맙 효과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신약 최종 허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미 FDA는 내년 3월 7일까지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아두카누맙 시판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제로 스위스의 뉴리뮨(Neurimmune)이 개발해 지난 2007년 바이오젠이 기술 이전 받았다.
아두카누맙에 대한 미국 FDA 최종 결정일이 다가오면서 노르웨이에서 기술이전 받은 ‘GV1001’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 젬백스에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젬백스는 최근 FDA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 ‘GV1001’의 임상 2상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제안받았다. 오는 14일에는 국내 최대 치매 행사 중 하나인 ‘2020 KDA(대한치매학회)’ 학술대회에서 ‘GV1001’이 소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젬백스는 국내 임상 3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적응증을 확대한 글로벌 임상시험도 준비 중이다.
GV1001은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1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 약물이다. 젬백스는 국내에서 진행한 GV1001의 알츠하이머병 2상 임상시험을 통해 일차평가변수인 중증장애점수(SIB)의 월등한 개선 효과(7.11점), 2차 목표 중 신경정신행동검사(NPI)와 알츠하이머병 일상생활 수행능력평가(ADCS-ADL) 등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인지기능의 장애 정도에 따라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경증치매, 중등증치매, 중증치매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유럽 5개국, 일본, 중국의 유병환자 수는 2019년 약 2,100만명에서 2025년에는 약 2,500만명을 기록해 연평균 3%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현재 알츠하이머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 없다보니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s)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엑손디스51(Exondys51)’의 사례처럼 아두카누맙 역시 FDA 허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희귀질환인 뒤센병(뒤센 근이영양증) 치료제 엑손디스51은 임상에서 효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FDA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자문위원회로부터 약물 시판 반대를 권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FDA는 뒤쉔병 치료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시판 후 확증 임상에서 약물 효능을 증명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최종 시판을 승인했다. 이에 엑손디스 51은 지난해 약 3억 8,100만달러(약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 신약을 허가할 때는 미충족 수요가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알츠하이머협회는 아두카누맙 추가 유효성 근거 확보에 4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시판 후 조사연구를 조건으로 사용 승인을 청원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두카누맙이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될 경우 FDA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타 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후발주자로는 국내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할 젬백스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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