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이 보유한 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한다. 지난해 1조원 규모에 이어 두번째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지각 변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물류 인프라 등에 대한 신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330590))에 총 6건 7,782억원의 자산을 양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열사 별로는 롯데쇼핑의 롯데백화점 중동점(1,717억원)과 안산점(986억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2,753억원), 롯데마트 계양점(761억원)과 춘천점(610억원)이 대상이다. 롯데쇼핑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공동 보유한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955억원)도 롯데리츠에 편입된다. 각 부동산의 양도일은 이달 12일이다. 매매대금 납부 완료 시점은 물건별로 차이가 있지만, 내년 3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리츠(REITs)는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증시에 상장,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아 자산을 유동화하는 금융 기법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과거처럼 이익을 낼 수 없자 부동산을 유동화해 온라인 배송 등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리츠는 기업이 보유한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제 3자에 매각하지 않으면서 현금화할 수 있고, 매장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유통사들이 많이 선택하고 있다. 이번에도 부동산 소유권은 롯데리츠에 넘어가지만, 임대는 계속 롯데쇼핑 계열사들이 한다. 앞서 롯데쇼핑은 2019년 7월에도 백화점과 마트 등 9개 매장을 롯데리츠에 매각, 총 1조629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롯데리츠는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이 가진 84개 유통매장에 대한 우선매수협상권이 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매각으로 롯데쇼핑은 약 7,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롯데쇼핑은 확보한 자금을 온라인 쇼핑 사업 강화를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쇼핑의 왕좌를 차지한 롯데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과 같은 강력한 도전자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 온(ON)’을 출범 시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만큼의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올 3·4분기 롯데쇼핑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7% 증가하는 등 선방했지만 롯데온은 적자 구조가 확대되는 등 부진한 실적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큰 과제는 물류 인프라 확보다.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점포들은 물류 거점으로 활용 가능하다. 다만 수익성을 위해 점포를 줄이고 있는 만큼 물류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시너지 및 물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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