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과 관련해 해운업계가 “계획 철회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포스코가 어떤 입장도 낸 적이 없는 가운데 해운업계가 ‘호응’부터 했기 때문이다. 곧이어 포스코가 “철회를 결정한 바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해운업계가 섣불리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선주협회는 12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계획을 철회한 것은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산업과 해운산업이 상생 협력으로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양보한 ‘통 큰 결단’이었고, 우리 경제의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이같은 포스코의 내부 결정을 ‘확인’해주었다고 전했다. 선주협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설립 철회와 관련해 포스코에 문의했지만 확인을 해주지 않아 의원실에 의뢰해 우회적으로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포스코측은 선주협회의 성명서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포스코측은 “퇴근 시간이 지나 기습적으로 성명이 나와 대응에 시간이 걸렸다”며 “설립 철회를 결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계획의 주체인 포스코가 철회 입장을 표명한 적도 없는데, 선주협회가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계획을 철회한다는 소문을 무리하게 확인하려다가 벌어진 촌극으로 보인다”며 “포스코를 저지하려는 해운업계의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당초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물류 기능을 일원화하기 위해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비효율을 걷어내 연 3조원에 이르는 물류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올해 초부터 계약 해운업체들을 상대로 물류주선업 자회사 설립 관련 설명회에 나서는 등 기초 작업을 해왔다. 포스코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연간 전체 물류비는 총매출액 대비 11%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6조6,7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는 해운사로부터 통행세를 걷어가고 운임 인하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설립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당장은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진출할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직접 나서 “해운물류업 진출 계획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해운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포스코보다 앞서 물류자회사를 설립한 대기업들의 사례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가 해운업계 지원사격에 나서는 점은 포스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질책했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 문제를 국무회의 의제로 올리겠다고 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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