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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손잡은 SKT '탈통신' 속도...e커머스서 성장동력 찾는다

[SKT-아마존 손잡고 11번가 키운다]

"아마존, 11번가 '퀀텀 점프' 도울 최적 파트너로 판단"

일반 '해외직구'보다 쉽고 빠른 배송서비스로 차별화

모빌리티 등도 강화...글로벌기업들과 협력 잇따를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프 베이조스


SK텔레콤(017670)이 아마존과 11번가를 통해 협업에 나서는 것은 SKT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탈통신·글로벌화’를 위한 선택이다. 성장이 정체된 통신사업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미디어·보안·e커머스·모빌리티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SKT의 최근 행보와 맞닿은 것이다.

SKT는 짧은 시간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실력과 시장점유율이 검증된 해외 기업들과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17일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해 플라잉카 등 미래 혁신사업을 담당할 모빌리티 전문기업 ‘티맵모빌리티’를 설립하기로 했다. 특히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우버테크놀로지가 새로 출범하는 티맵모빌리티에 5,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일부를 확보하고 1억달러(약 1,150억원)를 추가로 출자해 내년 상반기에 티맵모빌리티와 택시호출 공동사업을 위한 합작사도 세우기로 했다. 내년에 신설되는 합작회사는 20만명의 등록기사와 75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국내 2대 택시호출 서비스 ‘T맵 택시’와 지도·차량 통행 분석 기술에 우버의 전 세계적인 운영경험과 플랫폼 기술을 합쳐 혁신적인 택시호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업의 방향성을 탈통신과 글로벌화에 맞춘 만큼 앞으로도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 6일에는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5세대(5G) 실내 중계기 등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기술 합작회사를 설립해 공동개발 및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도이치텔레콤과의 협업은 통신장비 판매가 주력이지만 앱마켓,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모바일에지컴퓨팅(MEC) 등에서 협력하기로 하면서 비통신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외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클라우드 게임 관련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과의 협업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하고 있는 ‘빅딜’이다. 아마존과 협업하게 될 주요 SKT 자회사인 11번가는 SKT의 핵심 사업 분야가 될 e커머스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11번가는 그동안 쿠팡과 네이버 등 막강한 경쟁 업체들이 등장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매각설까지 돌았을 정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이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경쟁이 치열한 e커머스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SKT는 오는 2023년까지 11번가를 기업공개(IPO)하겠다고 밝힌 이상 11번가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마존은 SK와 클라우드 사업을 함께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진행해왔다”며 “아마존이 11번가의 ‘퀀텀점프’를 도와줄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11번가로서는 최근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합종연횡으로 굳건한 파트너가 절실했다. 결제액 1위를 달리는 네이버쇼핑은 지난달 CJ그룹과의 지분교환으로 택배시장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과 e커머스 연합군을 형성했다. 10일에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까지 합병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공룡의 탄생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아마존과 협업해 ‘해외직구’ 서비스를 강화하면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 방식은 11번가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아마존의 제품을 미리 대량으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반 해외직구 배송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11번가도 자체 물류망이 없기 때문에 풀필먼트(fulfillment) 경험이 풍부한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빠른 배송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아마존을 롤모델로 ‘로켓배송’을 하는 쿠팡에도 위협적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 업계에서 11번가는 뚜렷한 차별점 없이 포지션이 다소 애매했다”며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들을 한글로 된 리뷰를 보고 구매할 수 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큰 매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우회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11번가는 지난해 국내 e커머스 업체 최초로 미국 최대 건강보조 제품 및 생활용품 유통업체인 ‘아이허브’를 입점시키는 등 해외직구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최근 코로나19로 면세점 쇼핑이 어려워져 해외직구 수요가 급증하자 아마존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는 만큼 아마존 입장에서도 국내 e커머스 시장은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관점에서 11번가가 좋은 선택지였을 수 있다.

/노현섭·백주원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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