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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신재생·ESG...오너 3·4세 역할 보면 그룹미래 보인다

<차세대 오너들의 경영 행보>

GS家 허주홍 상무, 신설된 DX부문장 맡아 진두지휘

정기선 현대重 부사장, 미래위원장으로 AI 분야 주도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태양광 등 신재생 이끌어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의 세대교체가 본궤도에 올라선 가운데 1980년 이후 출생한 차세대 오너 경영자들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창업주 곁에서 주력사업을 함께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주로 신사업과 혁신 업무를 챙기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차세대 리더들의 현재 역할을 보면 크게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산업 지형도를 예측해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창업주를 포함한 총수 1~2세대가 기존 사업을 중심에 두고 확장 전략을 폈다면 1980년대생 차세대 오너 경영인들은 글로벌 마인드와 디지털 역량을 기본기로 하고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대 회장 세대는 기업 일구기에 바빴지만 3~4세대에 들어서는 기업이 성장한 만큼 풍부한 자금 동원이 가능해졌다”며 “차세대 리더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펀딩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거나 핵심사업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장남 인근씨 에너지 열공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인근씨가 에너지 계열사인 SK E&S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1995년생인 총수 장남의 계열사 입사 자체도 화제였지만 왜 SK E&S에 입사했는지가 재계의 관심거리였다. SK E&S는 도시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알짜 계열사지만 SK이노베이션이나 SK하이닉스 등에 비하면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강조하는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중심 경영 트렌드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SK E&S는 기존 사업 외에 신재생에너지의 글로벌 확산 추세에 맞춰 태양광·풍력 등 소규모 발전원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중개하는 VPP(Virtual Power Plant)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 종합 에너지 솔루션 업체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최씨의 SK E&S 입사에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판도 변화를 직접 익히라는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허서홍 GS 전무, 그룹 디지털 전환 주도

GS가(家) 4세인 허주홍 GS칼텍스 상무가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생산DX(Digital Transformation)부문장을 맡은 점은 GS그룹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에 신설된 생산DX 부문은 정유제품 생산공정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공정을 디지털화하면 가상의 공간에서 상황에 따른 변화를 바로바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생산의 효율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초 취임한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과 일치한다. 허 회장은 역시 4세인 허서홍 전무를 GS에너지에서 지주사인 ㈜GS로 끌어올려 디지털 혁신과 신사업 발굴 등의 중책을 맡겼다.

코오롱 4세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도 패션 사업 온라인 강화 등 최근 패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유통구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산家 박재원 상무, 스타트업 투자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은 그룹의 3대 신성장동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미래위원회’를 발족해 바이오와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데 정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총괄·관리하는 임무를 오너 일가 경영자인 정 부사장이 맡은 것에서 향후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사장)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 비인도적 살상용 무기인 분산탄 사업을 그룹에서 떼어낸 데도 김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두산家 박재원 상무, 스타트업 투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회사 ‘D20’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설립 자금을 댔고 박 상무가 지난해 8월부터 회사 대표 격인 매니징 파트너를 맡아 직접 투자 결정을 하고 있다.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이자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의 동생인 허태홍 부장은 허태수 회장 취임 이후 설립된 벤처투자 회사 GS퓨쳐스를 이끌고 있다. GS퓨쳐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성장성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한재영·한동희·이수민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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