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가 본인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절개 수술을 받게 한 유전자 DTC(Direct-To-Consumer) 검사가 이제는 식품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본인이 취약한 질병 군에 대해 알게 됐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본인에게 알맞는 건강기능식품의 섭취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현재 우리나라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DTC 특례를 진행하는 등 유전자 DTC 검사 도입에 문을 열어 놓은 상황이다. 글로벌 수준의 DTC 규제 완화를 이어갈 경우 건강기능식품과 레저, 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확대는 CJ제일제당이 맡는다. CJ제일제당은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시장 진출을 위해 EDGC와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EDGC는 진단키트 업체 ‘솔젠트’의 대주주로 코로나19 발발 이후 주가가 4배 가까이 상승하는 등 유전자 진단 업체로 인지도를 높여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2일 한국 이원의료재단과 미국 Diagnomics의 합작법인인 EDGC와 ‘한국인 맞춤형 건기식’ 공동 개발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국내에 개인 맞춤형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개인 맞춤형 건기식 제품을 개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자는 데 뜻을 모아 추진됐다. 20여년 동안 쌓아온 CJ제일제당 건기식 R&D 노하우와 EDGC의 유전자 분석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해 한국인 맞춤형 건기식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맞춤형 건기식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민간 기업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건강 상태, 영양소, 식습관, 피부·모발 등과 관련된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한 후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소비자가 꼭 필요한 성분만 섭취할 수 있고 영양과잉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지만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CJ제일제당은 내년 안에 개인 맞춤형 건기식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필요한 영양소를 확인하고 미래 건강상태를 예측해 자신에게 맞는 건기식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CJ제일제당은 연내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제품 추천을 해주는 기능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도 추가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유전자 진단뿐만 아니라 개인별 식단, 건강 상태, 건강 목표 등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가장 최적화된 건기식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협약을 기념해 이달 말 식품전문몰 CJ더마켓에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EDGC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황윤일 CJ제일제당 R&D기획실장은 “소비자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에 한 단계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핵심 역량을 보유한 EDGC와 손을 맞잡았다”며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과 R&D 전문성을 토대로 미래 건기식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