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명분만 있고 수익은 뛰어나지 않다’는 오명을 들었던 국내 ESG펀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자본시장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펀드가 뛰어난 수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는 해석이다. ESG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통한다.
15일 펀드평가사 모닝스타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지속가능펀드 리뷰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우리나라의 ESG펀드 순자산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7억5,700만달러(약 8,429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분기보다 47% 급증한 수치다. 국내 ESG펀드에는 지난 3·4분기 중 1억7,700만달러(약 1,970억원)가 순유입되기도 했다.
이는 최근 ESG가 투자 트렌드로 떠오른 것과 관련이 깊다. 삼성 계열 금융사들이 석탄 산업과 관련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성과가 낮다”는 일부 인식과 달리 일부 ESG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마이다스책임펀드’는 13일 기준 최근 1년간 38.01%(A1클래스 기준)의 수익률을 거둬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7.50%)을 웃돌았다. ‘KTB ESG 1등주 펀드’도 같은 기간 수익률 32.35%(A클래스 기준)을 기록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기후변화, 노동환경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도 ESG 펀드에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ESG 펀드가 일반 펀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ESG 액티브 펀드 포트폴리오의 ESG 점수 평균은 일반 주식형 펀드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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