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가 결정되면 국내 대형사 2곳이 한지붕 아래 놓이는 ‘메가 빅딜’이 본격화된다. 여기에 두 회사의 자회사로 있는 저가항공사(LCC) 3곳도 한 식구가 되면서 항공업계는 사상 초유의 구조개편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두 회사의 성공적인 결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두 회사에 혈세만 6.9조원+α 투입=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에 지금까지 투입된 혈세는 6조9,0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에 3조3,000억원이 투입된 상태며 정부는 최근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지원한 1조2,000억원도 기안기금에 편입된 상태다. 유동성 부족에 빠져 있는 대한항공은 조만간 기안기금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경우 두 항공사에 투입되는 혈세만 7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혈세로 연명하는 두 기업을 합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될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후에 다시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산은이 한진칼(180640)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요 주주에 오를 경우 사실상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를 지배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데다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추가 자금 지원까지 해야 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단에서는 ‘추후 재매각’이라는 조건을 달아 대한항공에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 2위 항공사가 사실상 정부 관여하에 놓일 수 있다는 비판과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혈세’로 경영권 분쟁 개입=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현 경영진인 조원태 회장과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과 첨예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들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한진그룹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 산은이 조 회장의 백기사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 이후 한진칼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경영권 분쟁이라는 재료가 사라진다고 시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조 회장과 산은 간 ‘윈윈’의 거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민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회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증자하는 것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당장 3자 연합 측인 KCGI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제3자 배정 방식의 한진칼 유상증자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KCGI는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된다”며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증자하는 것은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참여하겠다”고도 했다.
◇인력 조정 따른 노조 반발 예상=두 회사의 성공적인 결합을 위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다른 내부 직원들과 주주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관건이다. 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인수를 하게 될 주체인 대한항공도 일부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의 경우 노선 조정에 따른 대규모 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양사 조종사 노조 등 6개 노조는 이번 주 회동을 갖고 인수 관련 정보 공유, 노조의 인수 절차 참여 등을 사측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정비(MRO) 부문을 떼어 별도 법인으로 통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 노조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과 한진그룹이 균형 있는 딜에 실패할 경우 부실기업 떠넘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초대형 항공사를 국가가 지배한다는 것은 최근 항공업계의 트렌드인 ‘민영화’와도 맞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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