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4대 그룹 사장단과 임원 인사의 막이 오른다.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 속 체질개선’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국의 정권 교체, 미중 분쟁 등의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하면서도 코로나19 이후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말 조직개편과 함께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올해 구광모 체제가 3년 차를 맞이한 만큼 이전보다 인사 폭은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8년과 지난해까지 LG그룹은 LG전자(066570)· LG화학(051910) 등 주력 계열사의 최고 경영진을 대거 교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 ㈜LG의 권영수 부회장과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LG생활건강(051900) 차석용 부회장,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은 모두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위기 속 각 계열사 실적도 선방했다.
다만 일부 적자 계열사 대표이사(CEO) 교체와 오는 12월1일 LG화학에서 분사 예정인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인사가 관심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은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성과를 낸 40대 젊은 임원들의 약진도 예상된다. 구 회장은 고객과 시장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 변화와 함께 사업 리더에 젊은 인재 발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초 정기 인사를 해온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사 시점과 폭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은 내년 초 선고공판이 이뤄지고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 이 부회장이 언제 오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 역시 이 부회장 본인의 사법 리스크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탓에 회장 승진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3년이 된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고동진 무선사업(IM)부문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등 ‘3각 부문장’ 체제도 유지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SK그룹도 비슷한 시기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예정돼 있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가 인사에서도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 역시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 가운데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으로,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총괄사장이 에너지·화학 위원장으로 재선임된 만큼 유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석희 SK하이닉스(000660) 사장도 지난해 선임된데다 최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주도하고 있어 사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중 수시 인사를 실시하는 현대차(005380)그룹은 연말에 승진 인사가 예고돼 있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첫인사인 만큼 정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세대교체가 주목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이 강조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주도할 젊은 인재의 깜짝 발탁 여부와 부회장급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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