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이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분리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고(故)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의 별세 이후 꾸준히 불거졌던 구본준 고문발(發) 계열분리는 ‘세대교체의 마무리’이자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를 포함한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26일 오후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 고문의 계열분리안과 사장단 임원인사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둘러싼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명실상부한 구광모 체제의 구축이다. 현재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은 신학철 LG화학(051910) 부회장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선대 회장 때부터 중용해왔던 인물이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이 안착할 수 있게끔 지원해왔다. 하지만 선대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 구 회장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 등 굵직한 경영 판단을 내리며 존재감이 뚜렷하다. 구 고문으로서는 3대에 걸쳐 지키고 있는 장자승계의 원칙을 따를 때가 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구 회장의 의지다. 이번 계열분리에서는 준법 경영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신사업에 힘을 쏟을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중도 읽힌다. 재계는 구 고문이 LG상사(001120)와 LG하우시스(108670)·판토스 등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으며 그룹의 핵심축을 흔들지 않는 곳이다. 또한 LG상사나 판토스는 분리를 통해 기업집단 내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이번 분리를 통해 다음달 분사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핵심 계열사에 역량을 집중할 여력도 확보하게 된다.
세번째 관전 포인트는 남는 자와 떠나는 자의 지분 거래 방식이다. 현재 ㈜LG가 보유한 LG상사의 지분(24.69%)과 LG하우시스 지분(33.53%)을 합하면 4,000억원 안팎이다. 구 고문의 지주사 지분 7.72%는 약 1조원가량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 화학 소재 제조사인 LG MMA도 구 고문 아래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이가 나는 6,000억원가량에 대해서는 올 5월 지주사가 맥쿼리PE에 LG CNS 지분을 매각한 대금이 동원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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