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5조원’ 빅딜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와 관련해 ‘요기요 매각’이라는 이례적인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은 이번 기업결합의 의미를 퇴색시켜 사실상 ‘불허’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이번 기업 결합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 “DH, 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매각” 조건
앞서 지난해 12월 DH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위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공정위는 최근 DH에 두 회사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국내 배달 업계 1·2위 사업자인 양사가 결합할 경우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경쟁이 저해되고 수수료 인상 등 각종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90.9%로 명백한 독과점 사업자다.
쿠팡이츠 등 신규 사업자 성장 중…시장 독점 아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최근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롯데나 신세계 등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점유율만으로 시장의 독점적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안일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스타트업 성장·글로벌 진출 막는 결정”
이뿐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의 글로벌 진출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양측이 50대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아시아 11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바 있다. 합작회사 총괄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맡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만약 DH가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포기하게 된다면 이 같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편 공정위 측은 DH가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공개하자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인수 관련 조건 등은 전원회의에서 공개될 것이며 그 이전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다음달 9일 전원회의에 DH의 배달의민족 합병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공정위가 전원회의 상정 전까지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와 DH 간 날선 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백주원기자·세종=양철민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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