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중간 결과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으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 위탁생산(CMO) 관련 기업 실적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CMO를 수주한 경력이 있는 녹십자(006280)의 모회사 녹십자홀딩스(005250)의 주가가 20.59%(7,000원) 뛴 4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녹십자는 7.57% 올랐다. 이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연달아 수주한 SK케미칼(285130)의 주가가 6.00% 올랐고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위탁생산을 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2.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률이 94.5%를 넘었다고 전하면서 바이오 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 증권가에서는 백신 CMO 기업의 실적이 내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구매자가 환자에서 정부로 바뀌면서 대량 선구매 계약을 통해 기업은 예상 연간 생산량을 설정할 수 있어 ‘박리다매’가 가능해졌다”며 “CMO 등은 가격이 아니라 수요가 중요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미 CMO 사업은 국내 바이오 기업의 실적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대표 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코로나19에도 올 3·4분기 CMO 수주 증가로 각각 흑자전환과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깜짝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바이오 기업들의 CMO 산업 진출 및 증설도 기대감을 더한다. 지난달 헬릭스미스(084990)의 미국 자회사 제노피스는 본격적인 CMO 사업을 위해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생산시설 확장 공사를 완료했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도 CMO 사업을 위해 바이오의약품 제조 부문을 물적분할한 코오롱바이오텍(가칭)을 신설했고 에스티팜(237690)·바이넥스(053030) 등은 증설에 나섰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국내 CMO 기업의 몸값도 지속해서 우상향 중이다. 이날 NH투자증권은 녹십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6만5,000원에서 두 배 가까이 올린 51만원으로 조정했고 앞선 지난 9일 삼성증권은 SK케미칼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4만5,000원보다 83.67% 올린 45만원으로 제시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실적 중심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진단시약 업체의 2020년 실적은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으나 녹십자·SK케미칼 등 국내 백신 업체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의 본격화로 오는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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