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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증세는 없다" 강조했지만...소득세 인상으로 이미 신호탄 쐈다

조세저항 덜한 부유층 타깃 세올려

2022년 대선이후 본격 추진할듯

“정부는 증세를 위해 꼼수를 부린 적이 없습니다.”(10월22일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감)

“근본적인 증세는 정부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11월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논란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하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다. 홍 경제부총리의 말을 ‘레토릭(언어적 수사)’으로 치부한다. 현 정부의 무분별한 씀씀이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증세를 애써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가 조세저항이 덜한 부유층을 시작으로 사실상 증세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18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이른바 ‘핀셋 증세’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세법 개정을 통해 종합소득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시 45%(지방세 포함 시 49.5%)의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 과표 구간을 신설해 현재 국회 통과를 위한 조세소위원회의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는 과세표준 5억원 초과분에 42%(지방세 포함 시 46.2%)의 세율을 일괄 적용하는 현 세제에 추가 과표 구간을 신설해 소득세를 추가 징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방침대로 소득세율이 인상될 경우 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9,000억여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 소득세율 49.5%(지방세 포함)는 독일(47.5%), 영국(45.0%), 미국(43.7%) 등 주요 선진국보다도 높다.



현재 정부 재정상황은 증세 없이는 정상화가 힘들 정도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의 정부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조1,000억원 줄어든 354조4,000억원이다. 반면 정부 총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조8,000억원 늘어난 434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들어오는 돈은 줄었는데 씀씀이는 급격히 늘어났다. 실질적 나라 살림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108조4,000억원)를 비롯해 국가채무(-800조300억원)는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국가채무는 오는 2024년 1,327조3,000억원까지 급증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본격 증세 시도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2022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세 카드’는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증세 문제는 상당히 정치적인 이슈”라며 “정부가 증세에 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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