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난 심화에 대해 “법(임대차 3법)이 통과된 것이 7월 말이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이 9월부터라고 보면 시간을 갖고 조금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는데 국민이 법 정착까지 얼마나 더 인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과거 1989년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4∼5개월 정도 시장에 불안정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그때보다 제도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하겠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다”고 덧붙였다. 또 “조만간 어려운 전월세 시장을 위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시장이 안정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이 ‘그 대책이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인가’라고 묻자, 김 장관은 “일단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답했다.
한편 당정이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19일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호텔·상가·오피스텔 등 비업무용 부동산의 주거전환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량을 끌어모아 10만가구 이상의 공공전세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물량이나 주택의 질 등 여러 면에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숫자 채우기 식 대책이 될 우려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정부는 임대 물량을 확충하기 위해 도심의 오피스나 공장·호텔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아이를 러브호텔에서 키우라는 것이냐” “호텔 방에 산다는 것만으로 ‘못 사는 사람’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라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호텔의 경우 주거용 전환 물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협소할 수밖에 없어 거의 1인 가구 중심이고 2인 이상의 자녀 있는 가구는 거주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호텔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잖이 손을 봐야 할 것이고 전환될 수 있는 호텔이 있다고 해도 몇 개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주택을 사들여 공급하는 매입임대 및 전세임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는 건설임대에 비해 짧은 시간 안에 공급할 수 있어 전세 수요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주택은 대부분 다가구와 다세대 주택 등 빌라다. 이렇다 보니 지금도 공실이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이미 민간이 다가구·다세대를 임대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빼앗아서 임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빈집을 활용해 임대를 놓는다면 모르겠지만 서울에는 빈집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와 비공개로 가진 토론회에서 다주택 규제를 풀고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전세난이 진정될 수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대책의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장고 끝에 실효성 없는 악수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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