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도 앞 바다와 맞닿은 단독주택 겸 게스트하우스 ‘지평집’은 마치 땅 속으로 낮게 스며든 것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평집은 이름처럼 ‘지평선을 따라 지은 집’이다. 건축가는 “바다, 바람과 맞서기보다 차라리 땅속으로 낮게 스며들어 나를 낮추고 자연을 경이롭게 바라보겠다는 겸손함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은 거제 외곽의 작은 섬 가조도에 있다. 게스트하우스로 유명한 곳이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처음 온 사람들은 지나치기 일쑤다. 땅을 부분적으로 깎아 지면 아래로 향한 탓에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지평집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낯선 여행객은 지평집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주변 지형에 감탄하며 지나칠 것이다. 기존의 지형과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방문객과 이웃 모두에게 평온함과 안식을 주기 위한 의도적인 설계다.
도로에 접한 출입구로 들어서 몇 발자국을 걸으면 지평선과 맞닿은 지붕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마주친다. 각 건물의 지붕들은 연속된 땅처럼 보인다. 지평집은 가운데 카페를 중심으로 객실 여섯 개가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형태다. 로비는 자연을 바라보는 공연장처럼 전면이 막힘없이 그대로 트여 있다. 앉아서 밖을 볼 수 있는 콘크리트 턱이 있다. 콘크리트 턱에는 군데군데에 흙과 풀이 의도적으로 튀어나와 마치 자연 속에서 경관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각 객실 앞에는 허브 가든이 설치돼 있다.
객실 안은 건물 전체의 모습과 닮아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과한 것은 하나도 없다. 푹신한 침대와 간단한 티포트 정도만 갖춰져 있을 뿐 그 흔한 TV도 없다. 투숙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친절한 숙박시설인 셈이다. 대신 액자처럼 펼쳐진 전면 통창을 통해 오롯이 바다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건물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장관은 아니지만 땅 높이보다 낮게 설계된 탓에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구조다.
건축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올 손님들을 위한 숙소는 특별한 곳이어야 한다”며 “그 특별함은 주변을 돌아다 볼 여유와 소박함이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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