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을 앞두고 금융권은 ‘데이터 동맹’ 확보전에 한창이다. 고객 동의를 얻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다양하게 모아 개인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그에게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돌려주느냐가 경쟁력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이종(異種) 데이터 확보는 이를 위한 전초전인 만큼 금융사들은 통신·유통 등 다양한 업종과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LG유플러스와 소비자들의 데이터 주권 행사를 위한 ‘마이데이터 공동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데이터 고객 수가 신한은행 2,500만명, CJ올리브네트웍스 2,700만명, LG유플러스 1,600만명인 만큼 최다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3사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및 얼라이언스 구축을 통한 데이터 공동 수집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활용 체계 마련 및 고객행동 공동 연구 △소비자 지향적 플랫폼 개발을 통한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서비스 제공 △데이터 소비자 주권 관리 체계 마련 △데이터 신사업 발굴 및 추진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 자원 공유 등을 공동 추진한다. 이를 통해 자산·소비관리 등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넘어 통신·쇼핑·유통·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맞춤형 생활 서비스를 내년 하반기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이번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을 넘어 라이프 빅데이터로 확대돼 고객에게 이전에 없던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타 업권과의 세력 규합이 한창이다. 우리금융은 KT와 손잡고 양사의 2,000만 금융·통신 데이터를 융합해 차별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은행·통신사의 틀을 벗어나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협업을 하기 위해 우리은행·우리카드와 BC카드를 주축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우리은행은 카카오페이·네이버 등과도 다양한 제휴 서비스를 선보이며 동맹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도 유통 데이터 잡기에 적극적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1번가와 제휴해 금융·유통데이터를 융합한 혁신 서비스와 금융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협업은 물론 11번가에 입점해 있는 4만7,000여 판매자와 이들이 판매하는 512만개 상품에 대한 데이터를 농협은행의 금융 데이터와 결합해 독자적인 신용평가(CB) 모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집객력이 높은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농협은행의 고객 기반은 물론 데이터 활용도를 대폭 넓힐 수 있다”며 “각 분야의 유력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아직 이종업종과의 협력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일찌감치 데이터 동맹을 결성했다. 현대카드는 PLCC(상업자표시 신용카드) 사업파트너인 이마트·현대기아차·코스트코·대한항공·스타벅스·배달의민족 등 12개사 고객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이를 활용하면 현대카드와 제휴사들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정교하고 적중률 높은 혜택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
카드업계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도 최근 외부 데이터 수혈에 뛰어들었다. 8월 SK텔레콤과 통신·소비 데이터 결합, 10월 GS리테일과 유통·소비 데이터 결합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홈플러스와 데이터사업 협약을 맺었다. KB국민카드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CJ올리브네트웍스와 손을 잡고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김현진·빈난새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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