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휴 때 여행이 불투명해지면서 항공주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배런스는 씨티그룹 분석을 인용해 지난달 미 항공사들의 1마일당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 7일 간 11월 및 12월 예약 횟수는 같은 기간 각각 60%, 56% 줄었다. 씨티그룹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수익 회복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면서 “단기적으로 항공 예약 추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6만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연말에 기대했던 항공 수요 회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연휴 기간 항공편이 취소되면 항공사들의 올 4·4분기 수익이 예상보다 저조해질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최근 미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잇따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하자 대표적 ‘코로나 피해주’인 항공주는 뛰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주가는 16일 8.17%, 17일 3.78%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이뤄지기 전 몇 달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팽배해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전 세계가 다시 봉쇄(록다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올해 800억달러(약 88조4,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 경제매체 CNBC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주최의 딜북 콘퍼런스 화상연설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세계가 문을 닫을 경우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약 800억달러의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약 400억달러의 자산 매각을 목표로 잡았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800억달러의 자산을 매각했다. 최근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당장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우려다. 그는 “앞으로 두세 달 안에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이 오고 있지만 그 안에 벌어질 일을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업무 출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직장인들이 출장시 타는 주요 교통수단인 항공 수요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게이츠는 이날 딜북 콘퍼런스에서 “업무 출장의 50%와 사무실 근무의 3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출장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일부 기업은 극단적으로 대면접촉을 줄이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신도 코로나19로 출장이 없어 단순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출장도 가게 되겠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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