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결국 다음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한국GM 노조에 이어 기아차 노조까지 파업을 결정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노조 리스크’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떠안게 됐다. 고용이 안정된 완성차 정규직 노조가 협력업체와 업계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습관성 파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1·2직 근무자가 각각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생산특근과 일반특근도 거부한다.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기아차 국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 148만대를 감안해 하루 평균(연간조업일수 255일 가정시) 5,800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이번 나흘간의 부분파업으로 1만1,6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최근 교섭에서 성과급 150%와 무파업 타결 시 우리사주, 코로나19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안 등을 제시했다.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현대차 노사가 지난 9월 합의한 내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의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노동이사제,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전환이라는 지각변동에 코로나19 쓰나미를 동시에 겪고 있다”며 “고용이 안정된 기득권 노동자들인 완성차 정규직 노조가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등의 피해에는 눈을 감고 습관성 파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와중에 부분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도 노조의 파업에 따라 미국 본사가 ‘철수’까지 거론하는 최악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까지 6년간 약 4조8,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지난달 말부터 연일 파업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 때문에 흑자전환을 벼르던 한국GM은 올해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가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생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지만 파업으로 약 2만대의 생산량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스티븐 키퍼 GM 해외사업담당 대표는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차량 생산을 노조에 인질로 잡힌 상황”이라며 “매우 중대한 재무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파업이 신규 투자와 신차 배정을 어렵게 하고 한국을 경쟁력 없게 만든다”면서 “GM은 연 500만대 가까운 차량을 생산하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다른 생산옵션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이날 ‘살려달라는 호소’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부평공장 앞에서 출근길 피켓시위를 벌였다. 협신회는 “더 이상 생산 차질이 생기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30만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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