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대출에다 모은 자금 2억원으로 서울 외곽에 갭투자를 통해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중에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치솟는 전세가와 집값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는 “주변 30대들이 이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가 30대 보고 기다리라고 했는데 이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잇달아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패닉바잉(공황구매)’ 추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새 임대차법까지 겹치면서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가 2030세대의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며 아파트 청약에서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중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영끌’ 투자는 막지 못하고 있다.
20일 서울경제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1,882건으로 전체 거래(4,320건)의 43.6%에 달한다. 올 8월 40.4%(1,994건), 9월 41.6%(2,777건)에 이어 10월에도 상승한 것이다. 10월 비중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30대의 전 연령대 대비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8.5%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올 5월 29.0%였던 30대 매입 비중은 6월(32.4%)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7월 33.4%, 8월 36.9%, 9월 37.3% 등 매월 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로는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첫 번째로 꼽힌다. 각종 규제로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 임대차법으로 촉발된 전세매물 부족과 전셋값 급등 현상까지 겹치자 젊은 층의 아파트 매매수요 전환이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정책 실패가 이들을 집 사자 대열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정책 실패가 만든 주택시장 불안이 2030세대를 코너로 몰고 있다”며 “이들 세대의 경우 집값 조정국면이 올 경우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