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스타그램 인증샷의 대세 중 하나는 골프다. 건강하고 사교적인 이미지와 적당한 과시욕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스타그램(골프+인스타그램)’의 기본은 ‘잔디’. 정규 골프장이면 가장 좋고 그게 아니어도 파3 연습장이나 잔디 타석이 있는 연습장이라면 ‘OK’다. 잘 갖춰 입은 골프의류와 잔디의 조합은 실패가 없다. 이 때문에 골프장은 물론 연습장에서도 필드룩 차림으로 ‘셀카’에 집중하는 골프스타그래머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정보화 시대의 자기 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일 만하지만 때로는 정도가 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꽤 있다. 한 수도권 골프장의 캐디는 “애초에 운동보다 사진을 목적으로 온 듯한 고객들도 더러 있다. 매홀 기념사진 찍는 데 시간을 쓰다 보니 진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앞 팀을 따라가고 뒤 팀을 배려하며 경기진행 속도를 맞춰야 하는데 사진찍기에 정신이 팔려 다른 팀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뒤늦게 허겁지겁 서두르다 보면 공에 맞거나 카트 사고 등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안전사고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예쁜’ 공을 주우러 연못 등 페널티 구역을 찾아다니는 ‘수색대형’ 골퍼도 있다.
스크린골프만 생각하고 아무 준비 없이 필드에 나가는 ‘배짱형’ 골린이들도 적지 않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험 많은 골퍼가 초심자를 데려와 사소한 것부터 가르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는데 요즘은 한 팀 4명이 모두 골린이인 경우도 많다. 그린 위에서 공 뒤에 마크를 하거나 동반자의 퍼트라인을 밟지 않는 것 등 기본 매너와 에티켓조차 지키지 않아 안타까운 면이 있다”면서 “심한 경우는 스크린골프만 생각하고 골프볼이나 티도 없이 그냥 오는 분이 진짜로 있다”고 전했다.
골프스타그램을 통해 의류 협찬을 받는 골플루언서(골프+인플루언서)가 인기를 끌다 보니 처음부터 협찬을 노리고 입문하는 골린이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명은 상의, 한 명은 하의 등 4명이 각각 의류 하나씩만 산 뒤 서로 바꿔 입어가며 개인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충성고객인 것처럼 어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운 좋게 브랜드 담당자의 눈에 들어 계약에 이르면 최신 제품 협찬은 물론 정기적으로 무료 라운드 기회까지 얻으니 혹할 만하다. 이쯤 되자 인기 브랜드 의류만 모아 정가의 10분의1 가격에 렌털해주는 업체까지 생겼다.
브랜드 담당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나 ‘좋아요’ 수, 댓글 수를 ‘조작’하는 골퍼도 있다. 돈을 주고 인기 인스타그램 계정을 사거나 ‘업자’를 통해 팔로어 수를 원하는 만큼 늘리는 경우다. 이런 사례가 잦아지자 골프 브랜드들도 저마다 심사과정을 강화하고 나섰다. 팔로어 수에 비해 좋아요 수가 현저하게 적거나 팔로어와 좋아요만 많고 댓글이 거의 없는 계정을 의심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 자체가 소모적이라고 판단해 아예 골플루언서 마케팅을 접는 업체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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