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전세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11만 4,100가구에 달하는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급 방안의 주축이 되는 ‘매입·전세임대’는 이미 민간에서 공급되거나 공급할 예정인 주택을 공공에서 대신 공급하는 방법이다. 주택 총량은 변하지 않는 가운데 ‘민간’에서 ‘공공’으로 라벨만 갈아 끼우는 셈이다. 아울러 이들 공공 전세주택이 전세난 해소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로또 전세’를 만들어 내며 저가 임대차 시장만 왜곡 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온갖 주택 ‘영끌’했지만 공급 증대 효과는 ‘글쎄’=정부가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에 따르면 향후 2년간 다세대, 빈 상가 등을 활용한 공공임대 11만 4,1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들의 공급 방안을 보면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매입임대 또는 전세임대가 될 전망이다. 매입임대는 이미 지어졌거나 건축될 예정일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매입, 다시 임대를 놓는 방법이다. 어차피 공급됐거나 공급될 물량이나 마찬가지다. 전세 임대 또한 기존 민간에서 세를 놓은 집을 공공이 개입, 조금 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결국 민간에서 공급 예정인 주택을 공공에서 매입 또는 전세를 얻어 대신 공급할 뿐이다.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택 공급 효과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주택 유형 또한 논란이다. 대다수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호텔·상가 등을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호텔에서 전환된 공공임대주택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거지 취급받을 것 같다”며 “수요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주택은 아파트”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이 전세난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는 상황 속 재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11·19 전세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확보에 약 6조 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내년과 내후년 주택도시기금에 각각 3조원 2,000~3,000억원씩 추가 편성해 재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청약 이은 또 다른 로또? 세대 간 갈등 증폭되나=공공임대 공급 지역 인근의 임대료 및 시장 왜곡도 우려된다. 대다수 공공임대주택이 땅값이 비싼 강남권보다는 강북권, 특히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강남권, 그리고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저가 임대차 시장만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하게 공급되는 ‘로또’ 임대주택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든 주택 임대 수요를 만족할 정도의 주택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 아닌 만큼 특정 집단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 행복주택처럼 일정 집단 또는 계층에 ‘로또’ 임대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할 경우 소외된 집단·계층이 반발, 사회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이미 이 같은 상황은 청약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수억원, 많게는 10억원 넘게 저렴하게 책정되자 청약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가점 낮은 30대를 달래기 위해 민간 분양에도 도입한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이번엔 4050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물량이 한정적일수밖에 없는데, 인근의 신규임대매물보다 낮게 임대료를 책정한다면 시장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매입임대주택이 임대시장에서 일종의 로또가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입임대는 결국 기존에 없던 주택이 새로 생기는 건 아니어서 결국 시장에 있는 주택의 총량은 동일, 전세물량을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다”며 “그리고 시장에서 지목하는 전세난은 기본적으로 아파트가 대상”이라 덧붙였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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