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에서 해외 명품을 ‘득템’하는 재미가 사라져 버린 가운데 명품 구매 대행 플랫폼을 차려 대박을 낸 스타트업이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는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가 이 플랫폼을 통해 폭발한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명품 구매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비네이쳐’에게 코로나19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됐다. 12년간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지만, 코로나19로 해외를 못 나가게 되면서 억눌린 명품 구매 수요가 비네이쳐로 몰렸다. 비네이쳐가 현지에서 제품을 확보해 온라인 쇼핑몰에 올려 두면 소비자들은 발품이나 손품을 팔 것도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명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22일 서울경제와 만난 김호율(사진) 비네이쳐 대표는 “코로나19로 명품 구매대행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판매량이 이전보다 50%나 껑충 뛰었다”고 활짝 웃었다. 비네이쳐에겐 코로나19가 재도약 발판을 마련해 준 기회나 다름없는 셈이다.
비네이쳐가 명품 구매 대행 서비스에 처음 뛰어든 12년 전만 해도 국내 유통 체계는 전무 했다. 개인이 해외에서 명품을 사다가 온라인 카페를 통해 되파는 게 고작이었다. 제품 보증이나 판매 가격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비네이쳐는 이 같은 취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현지 오프라인 명품매장이나 온라인 몰의 재고 상품을 실시간 확인한 후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정품 인증서와 영수증을 반드시 첨부하고 관세청에도 구매 내역을 철저히 공개하는 방식으로 10여 년간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 왔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 제품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나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잘 골라내 국내에 소개하는 것도 비네이쳐만의 강점으로 통한다. 김 대표는 “단순히 해외 제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최신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명품을 국내 소비자들이 실시간 구매할 수 있다 보니 결국 소비자들이 구하기 어려운 명품을 발굴해 내는 게 플랫폼의 경쟁력이 된 것이다.
김 대표의 숨은 조력자는 영국에 거주하는 그의 친누나다. 김 대표는 “친누나가 유럽 전역을 발로 뛰어 확보한 브랜드가 100여 개에 달한다”며 “프랑스 파리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향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유행시킨 성공사례가 여러 번 있다”고 전했다.
마케팅도 경쟁업체와 차별화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제품 프로필만 공유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유럽 거리를 배경으로 명품을 활용한 스타일링을 제안하며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과 감성까지 전달한다. 김 대표는 “현지서 직접 쇼핑하는 듯한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게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비네이쳐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페24의 해외 운영 대행 서비스를 활용해 중국어와 일본어로 된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공식 론칭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도 비네이쳐의 구매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다”며 “구매 대행의 틀을 깬 쇼핑 서비스업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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