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다음달 10일 이후 곧장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에이자 장관은 이날 미국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 브리핑에서 “모든 게 잘 진행되면 우리는 12월 10일 이후 곧장 백신을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12월 10일은 식·의약품에 대한 심사·승인 등의 권한을 가진 복지부 산하 식품의약국(FDA)의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원회’(VRBPAC)가 회의를 열고 제약사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신청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심사하는 날이다.
에이자 장관은 “우리는 FDA 승인 후 24시간 이내에 64개 관할구역 전체에 백신을 배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고 나면 제품(백신)이 도착하는 대로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64개 관할구역은 미국 50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와 괌, 북 마리아나 제도, 푸에르토리코 등 5개 미국령, 시카고·휴스턴·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뉴욕시·필라델피아·워싱턴DC 등 6개 도시 등을 일컫는다.
에이자 장관은 “우리가 선택한 민간부문 파트너 중 하나인 CVS 헬스는 FDA 승인이 떨어진 지 48시간 이내에 최우선 순위 집단 중 하나인 요양시설 입소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내년 5월께 ‘집단면역’을 이뤄내겠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미국 정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팀의 최고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구의 70% 정도가 면역력을 갖는다면 집단면역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계획에 따르면 내년 5월쯤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면역을 달성하면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추가 확산을 걱정할 필요 없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외 다른 유럽 선진국들도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에 나설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유럽에서 백신 승인이 날 것이라고 보는 낙관적인 이유가 있다”며 다음달 중순까지 접종 개시를 준비할 것을 주 정부들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내년 초 백신 접종에 나선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내년 1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며 백신 접종소 1만3,000곳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최대 3억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기로 계약한 상태다.
1억2,000만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계약한 일본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접종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의료종사자에게 우선적으로 접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EU·일본 등 주요국이 화이자가 내년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13억5,000만회분 중 약 90%를 선구매해 개발도상국에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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