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재도전인 만큼 철옹성 같은 일본 검색 시장에 네이버가 이번에는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네이버는 경영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을 ‘글로벌 원년’으로 선포하고 검색을 비롯한 각종 ‘네이버표’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본격 타진한다.
김상범 네이버검색 책임리더는 25일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0’ 키노트 스피치에서 일본 검색 시장 재도전을 선언했다. 김 책임리더는 “네이버가 과거 일본 검색시장에서 두 번 실패한 것은 경험과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몇 배로 기술 파워가 세진 만큼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네이버의 일본 검색 시장 도전은 약 20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창업한 네이버는 2001년에 일본 법인 네이버재팬을 통해 현지 업체에 검색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야후와 구글에 밀려 2005년 서비스를 접으면서 쓴잔을 들었다. 이듬해 검색업체 ‘첫눈’을 인수한 네이버는 2007년 네이버재팬을 재설립해 다시 한 번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결국 지난 2013년 서비스를 종료해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네이버의 이번 세 번째 도전에 발전한 검색 기술력과 더불어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라인과 야후 재팬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A홀딩스’의 초대 회장에 선임돼 세 번째 도전을 진두지휘한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두 회사의 통합을 승인했고, 내년 3월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 책임리더는 “과거에는 (일본 검색 서비스에) 경험도 기반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국민 메신저 라인이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다”며 “야후재팬과 협력해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노하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 라인은 점유율 1위 메신저이지만 검색 시장의 경우 구글이 6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최대 라이벌인 야후가 네이버 품 안으로 들어오면서 네이버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검색 분야에서 네이버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광고는 물론 커머스, 콘텐츠, 기술 확산 등 다양한 사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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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네이버는 이날 제2사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로봇들을 연결할 첨단지능 시스템 ‘ARC(AI-Robot-Cloud·아크)’를 공개했다. 네이버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물’인 제2사옥을 건축 중이다. 아크는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로봇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로봇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어 고가의 센서에 의존하지 않아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7월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소개한 브레인리스(뇌 없는) 로봇 ‘어라운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아크에는 네이버랩스의 다양한 기술이 사용됐다. 실내 고정밀 지도를 제작하는 매핑로봇, GPS가 없는 실내에서 인프라 장비가 없어도 정밀한 위치 인식이 가능한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 기술 등이 그것.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아크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건설 중인 네이버 제2사옥에서 첫 상용화될 예정”이라며 “이를 함께 구현하고자 희망하는 각 분야 기술 인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3일간 온라인 개최되는 데뷰 2020은 모바일, 클라우드, AI, 검색,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총 81개 세션으로 꾸려져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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