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뛰면서 최근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강남권 아파트 소유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실거주 중인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를 중심으로 “은퇴한 사람은 강남에 살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많게는 작년의 두 배에 달하는 종부세가 부과되면서 일부 보유자들은 아파트를 매도하거나 자녀에게 증여를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추후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버티기’에 돌입하는 보유자들도 있어 향후 강남 집값이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종부세, 퇴직한 사람은 거주의 자유도 없습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은퇴하고도 종부세를 납부하려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나. 강남에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으면 적폐인가”라며 “몇 년 전에 아파트 가격에 몇 억 빠졌을 때 국가에서 보전을 해줬느냐. 강남 사는 사람은 투기꾼이 아니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퇴직하고 삶의 뿌리를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은 안 해보셨나. 이익을 실현한 것도 아닌데 적당히 세금을 부과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이 최고 6%까지 오르면서 내년 종부세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거래 절벽에 빠졌던 강남3구에서 매물이 점차 쌓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내역을 보면 최고가에서 수 억 원 빠진 가격에 매물이 거래되는 사례도 포착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종부세 부담으로 집을 파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집을 매도하는 경우도 높은 양도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증여를 하자’는 심리도 확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남 지역 특성 상 대기 수요가 많은 만큼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풀려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74만4,000명, 고지세액은 4조2,68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세’는 없다고 밝혀온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종부세는 3년 만에 148% 증가했다. 올해 종부세 납부 인원은 지난해 대비 25.0%(14만9,000명) 늘어난 74만4,000명이며 세액은 4조2,687억원으로 27.5%(9,216억원) 확대됐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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