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거세게 밀려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등장으로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의 순매수는 15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특히 최근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행진은 2000년대 들어 가장 강도가 센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97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5일 이후 1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7조2,224억 원을 순매수했다. 2013년 8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44거래일 동안 이어진 순매수 기록이 최장 기록이다. 하지만 강도로 보자면 최근 진행된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수가 더 세다. 실제로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진행 중인 연속 순매수 기간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4,815억 원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4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기간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4,129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2000년대 들어 가장 강도가 세다.
이는 국내 증시뿐 아니라 신흥국 증시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모습이다. 한국과 비슷한 반도체 산업 중심인 대만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은 지난달 6억 달러 정도를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서 59억 9,200만 달러를 순매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이머징 마켓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8억 달러(약 11조 9,600억 원)가 유입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전을 보이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것이 최대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투자 심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에도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면서 그간 미국에 집중됐던 자금이 일본이나 중국·대만 등 아시아 제조업 강국들로 확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이어졌지만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2%(16.22포인트) 내린 2,601.54를 기록하면서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 경신은 실패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며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등장하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전날 뉴욕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장중 한때 2,640 선을 돌파해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을 기대하게 했지만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약세로 장을 마쳤다. 차익 매물이 급증하면서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자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 대금은 20조 원을 넘어섰다.
/박성호·노희영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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