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전격 회동했다. 롯데그룹 핵심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모빌리티본부가 있는 경기도 의왕사업장에서다. 두 그룹 총수는 미래 자동차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 총수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정 회장이 지난 2017년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해 신 회장을 만난 후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을 찾아 신 회장과 만났다. 회동은 신 회장이 현장 경영 차원에서 롯데케미칼을 방문했고 정 회장이 신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의왕사업장을 찾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에 앞서 1박 2일 일정으로 롯데정밀화학 등 울산 석유화학 단지 내 화학 계열사들을 둘러봤다.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은 옛 롯데첨단소재(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본사가 있던 곳이다. 범퍼나 대시보드 같은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다. 이런 플라스틱 제품을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에 납품하기 위한 모빌리티본부도 의왕사업장에 있다. 정 회장은 신 회장의 안내를 받아 사업장 연구 시설을 둘러본 후 별도의 면담을 갖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 회장과 신 회장의 전격 회동이 롯데로서는 모빌리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케미칼은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를 고객사로 두고 모빌리티 후방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같은 핵심 영역에 있어서는 다소 배제돼 있다는 평이 많다. 뒤늦게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현대차 같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를 통해 전기차 소재인 동박(전지박) 제조업체 두산솔루스에 2,9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롯데알미늄도 기존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 확대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이 4대 그룹(삼성·SK·LG·롯데) 총수를 거의 매달 돌아가며 단독 회동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올 5월(삼성SDI 천안사업장)과 7월(현대차 남양연구소) 연이어 만났다. 천안사업장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고, 남양연구소는 자율주행차·수소전기차 등 현대차의 미래 자동차 R&D 메카다. 정 회장은 6월에는 충북 청주에 있는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아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만났다. 오창공장은 글로벌 1위 LG화학의 배터리 핵심 생산 기지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격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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