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계속 받다가 버티지 못하고 부도나는 업체가 늘고 있어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제품을 사주는 공공조달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영세 가구 기업은 더 버티지 못할 겁니다”
이정우 서울경인가구공업협동조합이사장은 25일 서울경제와 만나 “회원사 사운데 매출액이 100억원 미만인 곳이 80~90%”라며 “인건비 상승, 근로시간 축소, 매출 악화가 겹치면서 내년 회원사 수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 1962년 창립한 이 조합은 한때 회원 수가 551곳이나 됐지만, 현재는 175곳으로 전성기의 30%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한샘,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 브랜드 가구업체가 성장하고 이케아와 같은 외국 기업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영세 가구 업체의 설 자리도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지면서 가구 업체가 특수를 누린다지만 조합 회원사들은 예외다. 이 이사장은 “브랜드 가구를 선호하는 고객이 대부분인데다, 회원사들도 브랜드 가구의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비용 절감, 원부자재 구매 공동 사업, 공공 조달 시장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회원사를 모아 파티클보드, 철물 등 가구에 쓰이는 원부자재 구매 공동사업을 펴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구매실적이 몇 년째 10억원선을 밑돌다가 이 이사장이 취임한 올해 처음 20억원선을 넘겼다.
이 이사장은 “현재로선 기업에 공공조달 시장 문턱을 더 낮추는 일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에서 공공 구매 경쟁 입찰 최소 기준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이사장은 “경쟁입찰 최소 기준을 현재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높이면 업체 간 출혈경쟁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며 “다만 정부가 경쟁입찰을 줄이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제도 개선에 미온적인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합 회원사 대부분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책상, 의자, 탁자 등 사무용 가구를 납품하면서 버티고 있다”며 “영세 업체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시장과 상생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로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명 사제가구로 불리는 비브랜드 매장이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비브랜드 업체 매장은 대부분 국내 제품보다 저렴한 외국산 가구를 팔고 있다”며 “이런 비브랜드 매장이 과거 납품대금을 미루는 경우도 많았기에 판로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