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기아자동차 노조가 결국 파업에 돌입했다. 사실상의 임금 인상인 잔업 30분 복원에 정년 연장 등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걸고 협력 업체들의 어려움은 도외시한 채 9년 연속 파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상생을 외치며 무파업 임금동결로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한 현대차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반면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제기됐던 한국GM은 4개월간의 진통 끝에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기아차 파업으로 8,000대 생산손실
기아차 노조는 25일부터 사흘간 하루 네 시간씩 단축 근무를 하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8월말부터 22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흘간의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은 8,000대에 달한다.
노조는 민주노총 지침인 기본급 12만 원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외에 △잔업 30분 복원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 설치 △상여금 통상 임금 확대 적용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해고자 복직 등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사측이 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우리사주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사측 제시안은 9월 현대차 노조와의 합의안과 동일한 수준이다.
협상의 쟁점 중 하나는 ‘잔업 30분 복원’이다. 잔업 30분 복원은 임금 인상 및 통상 임금 확대의 효과가 있다. 사측은 “잔업은 판매 부진 극복을 위해 노조와의 합의로 없앤 것인데 이제 와서 잔업 복원을 외치는 것은 현대차보다 임금을 더 달라는 요구와 다름없다”며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정년 65세로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전기차 부품 직접 생산 등도 노조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과도한 요구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파업 강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실직과 자영업자 파산, 협력사 도산 위기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적 지탄까지 감수하면서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으로 노조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며 “관행성 파업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 여론악화에 결국 잠정합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굽히지 않는 것은 무분규 임금 동결을 이끌어 낸 현대차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정치적 입지를 다지겠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GM본사의 ‘한국 시장 철수’ 경고와 협력 업체의 ‘살려 달라’는 호소에도 15일간 부분 파업을 강행했던 한국GM 노조는 이날 잠정 합의안에 동의했다. 여론 악화를 의식해 노사 양측이 한발씩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 일시금·성과급, 특별 격려금 등 400만 원 지급, 부평2공장 생산 일정 연장 등이 담겼다. 사측이 요구했던 임협 주기 2년안은 철회됐다. 한국GM 관계자는 “2년 주기 임협안이 무산된 것은 아쉽지만 뒤늦게라도 합의안을 도출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조만간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며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최종 타결된다. 사측은 최종 타결 시 GM의 글로벌 차량 개발 계획에 따라 오는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신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차량(CUV)을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내년부터 2,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할 예정이다.
/김능현·박한신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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