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가로지르는 남천을 끼고 반달 모양의 지형에 위치했던 신라의 왕궁 ‘월성(月城)’. 북서쪽으로는 신라의 시조로 알려진 박·석·김씨 중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전하는 ‘계림’이 있고, 북동 방향에 별궁인 동궁과 월지(안압지)가 자리 잡고 있다.
사적 제16호 경주 월성 주변을 물길로 둘러싸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성한 해자 중 ‘1호 석축해자’가 이중으로 조성됐으며 그 사이로 월성과 계림을 잇는 도로가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5m 이하의 소형 도로로 추정되는 유구인데, 국가적 제의공간과 왕궁을 연결하는 도로망의 흔적으로 추론할 수 있어 어떤 계층의 인물이 사용한 도로인지 관심이 쏠린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7일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추진단과 경주시가 지난해 9월부터 석축해자 복원사업을 위한 미발굴지역 발굴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내용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공개했다.
경주 월성은 현재 △해자 △성벽(A지구) △월성 내부 건물지군(C지구)으로 구분돼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지난 1990년 월성해자 발굴조사에 이은 통일신라 시대 대형 건물터로 추정되는 적심건물지에 대한 보완 조사를 비롯해 도로 유구와 기와무지 등이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도로 유구는 국가적 제의 공간과 관련된 계림, 황남동 대형건물지 유적과 통하고 있어 왕궁 영역을 내부적으로 연결하는 도로망에 대한 자료로서 중요하다”면서 “(하나인 줄 알았던) 1호 석축 해자가 2곳으로 구분되는 양상이 파악돼 앞으로 해자 복원정비 공사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인골 2구가 발견된 월성 서성벽의 축조 공법도 확인됐다. 앞서 지난 2017년 월성 서성벽 발굴조사에서 성벽을 쌓기 전에 땅을 다지는 기초 공정 부분인 기저부, 성벽 몸체를 본격적으로 쌓아올린 체성부 지층에서 50대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발견됐다. 이는 사람을 기둥으로 세우거나 주춧돌 아래에 묻으면 제방이나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고대설화인 인주(人柱)설화 혹은 인신공희(人身供犧)를 확인시킨 것으로, 특히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는 처음 발굴된 사례라 화제를 모았다. 연구소 측은 “인신공희와 관련된 정황 자료와 성벽 축조공정의 세부적 순서를 파악한 결과 관련성을 확인했다”면서 “볏짚을 포함한 각종 유기물질, 목탄 등을 섞어 흙을 교대로 깔았던 교호성토(交互盛土)의 흔적, 흙덩어리를 재료로 쌓은 흔적, 체성부 내부에 존재한 석렬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경주 월성의 정확한 해자 배치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면서 “월성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통일신라부터 고려·조선에 이르는 유구의 통시적 변화를 확인하고, 신라의 초기 토성에 사용된 다양한 축조 공법과 제의 흔적을 폭넓게 분석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시료 분석과 유물 조사를 진행한다면 월성의 정확한 축조 연대도 밝혀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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