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내 코인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834만 원) 대비 이날 오후 2시(1,919만 원) 기준으로 130% 이상 상승했다. 3월 13일 연중 최저가(549만 원)와 비교하면 거의 3.5배 급등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 주식시장의 호황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상승률이다. 대장주 비트코인에 훈풍이 불자 이더리움·리플 등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도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의 비트코인 가격도 1만 9,000달러를 기록하며 2만 달러 선에 근접했다.
투자 열풍이 다시 불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도 활기를 찾았다. 업비트는 25일 하루 거래액이 2조 7,99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루 거래액이 2조 원을 넘은 것은 2018년 5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분위기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2018년 초반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지 우려한다. 25일 비트코인과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하루 동안 10% 이상 폭락하자 위기감은 증폭됐다.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 당시 뒤늦게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던 직장인 A씨는 “개당 24층(2,400만 원)에 비트코인에 올라탄 후 강제 ‘존버(끈질기게 버티기)’하고 있다”며 “본전만 찾아도 탈출하고 싶다”고 할 정도다. 여전히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인식도 강하다.
이런 불안감에도 상당수 전문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업비트 운영업체인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26일 ‘UDC(업비트개발자회의) 2020’ 사전 온라인 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은 올해 꾸준히 가치가 올랐다”며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투자 수단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 비트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씨티은행은 내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31만 8,0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잠잠하던 암호화폐 거래가 올 들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시중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이 수익을 찾아 이동하며 암호화폐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 자산이 제도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더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이 내년부터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비트코인 투자를 꺼리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미 7월부터 은행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을 합법적으로 수탁할 수 있게 됐다.
시기를 저울질하던 국내 금융권도 최근 관련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이 25일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전략적 투자를 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보관 및 서비스에 대해 기술적 검증은 완료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등 가상 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을 뿐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미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론에 맞서는 무용론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레이 달리오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부의 저장수단으로 적절하지 않고, 과도한 변동성도 문제”라며 “비트코인이 화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도 정부가 불법화할 리스크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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