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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기고] 노사간 대등성 확보하려면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내 노사 환경 충분히 고려 않은 채

ILO 핵심협약 비준은 부작용 양산

노조 단체행동·사측 경영권 보장 등

자율·책임 전제로 제도 개선 절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이라는 미명하에 정부가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핵심 협약의 비준 및 이를 위한 노조법 개정은 현실에서도 그 타당성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다른 법·제도와의 정합성, 사회·경제적 영향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돼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략한 채 협약 비준을 위한 전제 작업으로 정부 노조법 개정안이 제출된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노사 관계 환경이나 생태계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ILO 핵심 협약 수용이 이뤄질 경우 초래되는 부작용에 대해 합리적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노동법 영역에서 최근 판례들은 법원이 합헌적인 법령과 제도에 의한 질서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정의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다른 국가기관에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 사법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입법권을 행사하기에까지 이르고 있다. 최근 전교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법관의 법형성은 모순된 법규정이 있을 때만 작동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정들은 노동 우위로 이어져 노사 간 대등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노조의 파업에 적극적인 대항 수단이 없는 기업은 조업 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루빨리 노사 간 대등성을 규율하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규범 제정을 통해 노동의 사법화를 막아야 한다.

현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의 실현이라는 기조 아래 ILO 핵심 협약 비준 등 국제적 노동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외치면서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대체 근로, 직장 폐쇄, 직장 점거의 문제는 왜 침묵·배제·외면하는지 알 수 없다. 대등한 노사 관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힘의 균형이 대등해야 하듯이 쟁의행위에 있어 쟁의권과 대항권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체 근로, 직장 폐쇄, 직장 점거의 입법적 개선이 적극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불공정하고 비대칭적인 법·제도를 개선해 노사 간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협력적 노사 관계를 정착시켜나가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노동3권의 보장이 헌법적 가치 질서의 존중하에 입법자에게 유보돼 있는 것처럼 쟁의권에 대응하는 대항권의 규율도 입법자에게 유보돼 있다고 봐 입법정책적으로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 최대한 노사 간 평화적 분쟁 해결이 가능하도록 교섭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노사 간 교섭력의 균형도를 제고하되 쟁의행위가 불가피한 경우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물론 사용자의 경영권도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제의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언한다면 쟁의행위 중 대체 근로의 허용, 직장 점거의 전면 금지, 직장 폐쇄의 합리적 개선이 될 것이다.

또 노사 당사자 모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고 노사가 다 같이 자율과 책임을 기초로 한 합리적인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 삭제 등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노사 관계에 있어 부당노동행위 자체를 범죄화해 그 행위자를 형사 처벌해야 하는지, 과연 이러한 규율 방식이 우리 노사 관계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방법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부당노동행위의 범죄화 및 형사 처벌주의가 최적의 선택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법·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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