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처음으로 상장폐지 결정이 번복된 감마누(192410)의 소액주주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 제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상폐 결정과 주주의 매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마누 소액주주는 상폐 번복으로 ‘정리매매’라는 시장 안내에 따라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도한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며 손배소를 제기한 상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거래소의 법률 대리인 율촌은 ‘거래소의 상폐 결정에는 고의성이 없으며 정리매매 기간 투자자의 매도는 자신들의 의사에 따른 결정’이라는 요지의 준비서면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제출했다. 율촌은 “거래소와의 상장 계약관계에서 개별 주주는 당사자가 아니다”며 “향후 기업가치나 재상장 가능성을 고려해 ‘보유’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음에도 주주 스스로가 처분을 결정해 시세차익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상폐는 시장 내에서 주식을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에 불과하며 이후의 매도는 거래소의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다.
원고 측이 제시한 손해액(매수액-매도액)에 대해서도 산정 근거가 빈약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손해액은 상폐 결정으로 말미암은 재산 상태 차이를 기반으로 산출해야 한다”며 “원고 측은 이에 대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고 측 법률 대리인 차앤권 법률사무소는 거래소가 자신들의 권한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래소가 개별 투자자에 대한 보호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앞선 법원의 판결과 배치되며 업무를 단순화하면서 공적 업무에 수반되는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상진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상장과 관련해 엄격한 제도가 마련된 것은 거래소 업무의 공적 성격을 고려한 결과”라며 “거래소는 민간화에 따른 혜택만 얻고 그에 전제된 책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만에 하나 패소할 경우 보상하는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주주 측과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해당 논의를 하기에는 빠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감마누 소액주주들은 성급히 상폐 결정을 내린 거래소의 판단에 의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잇따라 제기해왔다. 현재 이들은 차앤권, 태일, 동인을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해 거래소를 상대로 각각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 주주는 약 600여명으로 추산된다. 거래소는 지난 9월 율촌과 한누리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지난 2018년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상장폐지가 확정된 감마누는 올해 9월 대법원의 판결로 부활해 성공해 현재 거래가 재개된 상태다. 정리매매 기간 동안 6,170원이던 주가가 408원까지 하락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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