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의 밀월 강화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 ASML 경영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양사 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불참했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핵심 경영진과 배석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EUV 장비 공급 확대 등을 요청하는 한편 양사 간 차세대 EUV 노광 장비 개발 투자 논의도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는 EUV 장비 확대가 필수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로 가는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투자 논의는 기존 EUV 장비 공급 확대와 함께 ASML과 기술 동맹을 통해 차세대 EUV 장비부터는 경쟁사보다 빨리 장비를 공급받아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ASML 입장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차세대 노광 장비 개발을 위해 제조사의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술은 ‘High-NA(High-Numerical Aperture)’ EUV 장비 개발에 필요한 기술로 회로의 해상력을 높여 반도체 초미세화를 구현해낼 수 있다. 해당 장비 가격은 대당 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기존 EUV 장비보다 2~3배 비싼 가격이다. ASML은 2023년 중반 High-NA를 구현한 시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장비 양산 이후 삼성전자가 이를 먼저 공급받아 TSMC의 점유율을 뺏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ASML 경영진과 삼성전자 경영진이 만났다”며 “지난 10월 이 부회장이 ASML 본사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의 ASML 본사를 방문한 바 있다. 같은 주 ASML 경영진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도 만났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EUV 장비 공급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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