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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은행, 생존 위해 디지털·친환경 필수"

14대 은행연합회장으로 공식취임

"고객이 원하는건 은행 아닌 서비스...갈길 멀다"

김광수 신임 은행연합회장. /서울경제DB




김광수 신임 은행연합회장이 1일 공식 취임했다. 김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금융의 본질과 역할에 화두를 던지고 미래를 향한 담대한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고객은 은행을 원치 않고 서비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 가속화와 저금리·저성장 속 활로 찾기, 코로나19 지원 과정에서 쌓인 리스크 관리, 잇단 사모펀드 사태로 떨어진 고객 신뢰 회복 등 은행업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김 회장은 은행의 혁신부터 촉구한 셈이다.

김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은행이 처한 현실을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의 고사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표현했다. 그는 “전통적 은행으로서 당면한 책무가 임중(任重)이라면 미래형 은행으로의 여정은 도원(道遠)”이라며 “고객에 대한 신뢰와 은행 시스템의 안정은 시대가 변하더라도 변치 말아야 할 가치이고 디지털 은행으로의 전환과 친환경 은행으로의 진화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변해야만 할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과 연합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신뢰’ ‘안정’ ‘전환’ ‘진화’의 네 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가장 먼저 강조한 가치는 고객 신뢰다. 김 회장은 “금융 산업 내 파괴적 혁신 속에서도 은행이 아직 건재한 이유는 고객이 주는 압도적 신뢰 때문”이라면서도 “이 신뢰는 고객의 로열티로 쌓아올린 게 아니라 수십년 동안의 은행업 레거시(유산), 관성적인 고객의 습관, ‘대마불사’ 통념 때문이라는 점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와 이익 위주의 경영 패러다임은 잇단 고객 피해와 불편한 관행, 금융 소외 계층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은 은행을 원치 않고 서비스를 원한다. 고객과 은행 사이에 벌어진 관점과 가치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은행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핵심 과제다. 김 회장은 “3저(低) 현상은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고 예정된 수순으로 다가올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부채 위험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손실 흡수 능력, 경영 효율화, 수익원 중심으로 경영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은행연합회는 균형 있고 공정한 제도적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지털·친환경 은행으로의 전환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존 은행이 디지털 은행으로 변모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위상이 격하되거나 파괴된다는 것이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비관적인 시나리오”라며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2050년 탄소 중립, 저탄소 친환경 경제로의 전 세계적인 전환에 맞춰 국내 은행도 ESG 금융 중심으로 역할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현장 등에서의 35년 경험에 열정과 역량을 바쳐 때로는 조타수, 때로는 가교, 때로는 균형추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상황을 감안해 별도 행사 없이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인사하는 것으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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