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판매승인을 신청했다. 승인절차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이번 달 내에 백신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전날 미국 제약사 모더나에 이어 유럽의약품청에 코로나19 백신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럽의약품청이 검토에 착수해 승인해줄 경우 두 회사는 12월 중에 첫 백신접종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SZ는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이 내주는 조건부 판매 승인은 코로나19와 같이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절차다.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모든 필요한 정보가 확보되기 전에 27개 회원국에서 1년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앞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면역 효과가 95%라는 3상 임상시험 최종 결과를 발표한 뒤 지난달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모더나는 지난달 30일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위한 절차를 동시에 시작했다. 모더나는 자사 백신 3상 임상시험의 최종 분석 결과 94.1%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제약사들 가운데서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가 승인 신청 절차에서 가장 앞서 있다.
전 세계에서 화이자 백신을 가장 먼저 접종하는 국가는 영국이 될 전망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이르면 7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FT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독립 규제 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빠르면 이번 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승인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영국은 전체 인구 3분의 1인 2,000만 명이 2회 접종할 수 있는 규모인 4,000만 개의 백신을 화이자로부터 우선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나딤 자하위 기업부 정무차관을 백신 담당 정무차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자하위 차관은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 아래서 백신 유통 및 접종 업무에 주력할 예정이다. 총리실은 자하위 차관의 업무가 일시적인 것으로 최소한 내년 여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확보한 일본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연내 접종 시작을 목표로 승인 절차를 단축하는 특례 절차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최초로 화이자 백신 1,280만 회분 확보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판매를 놓고 필리핀을 비롯한 미국 동맹국들과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CNN필리핀은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즈 주미 필리핀 대사는 지난달 9일 “화이자가 필리핀을 포함한 미국 동맹국들을 위해 적당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필리핀) 같은 나라에는 (화이자가) 비싸게 팔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 한 회분당 5달러 수준의 가격이 정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95%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제약사 백신 중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백신 한 회분 가격이 19.5달러(약 2만1,000원)으로 아스트라제네카(3~5달러)에 비해 훨씬 비싸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한 사람당 2회분을 접종해야 하는 만큼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로무알데즈 대사의 발언은 화이자가 동맹국을 대상으로는 기존 가격보다는 낮게 백신을 판매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로무알데즈 대사는 화이자 측이 필리핀 보건부 및 식품의약청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양국 정부가 어떻게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이자 백신이 내년 1·4분기까지는 필리핀에 배송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칼리토 갈베즈 대통령실 고문도 11월 23일 백신 공급과 관련해 화이자, 중국 시노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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