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조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노동인구의 80%가 근무 방식이 변화했다고 한다. 국가 간 이동 제약이 장기화하면서 신규 주재원 발령은 물론 일시적으로 거주국으로 귀환한 주재원 역시 원파견국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지금까지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국내 기업들은 해외 파견을 대부분 ‘기간’에 따라 장기 또는 단기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통상 파견 기간이 3년 이상인 장기 파견 주재원에게는 보상 차원에서 해외 근무지와의 물가 차이에 따른 생계 수당 등을 국내 본사 기준 기본급 등에 얹어서 지급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기업은 투자 대비 효율 측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뿐더러 파견에 수반되는 고정적인 비용 부담이 커진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서양의 다국적 기업들은 장기 주재원 형태의 해외 파견 방식에서 탈피해 해외 파견국의 ‘비즈니스 중요성’과 파견 대상 인력의 ‘인력 개발 필요성’을 바탕으로 투자와 효익을 면밀히 분석해 해외 파견 방식 및 보상 체계를 다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2010년대 미국 기업에서 많이 활용한 ‘스마트 무브’ 분석 기법은 ‘비즈니스 중요성’과 ‘인력 개발의 중요성’ 두 가지 척도를 바탕으로 분석해 해외 파견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예를 들어 인력 경력 개발의 필요성은 높으나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주거비, 자녀 교육비 등 파견 수당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스마트 무브’ 방식은 필요한 인적자원을 비즈니스 목적에 맞게 적시 적소에 배치함은 물론, 투자 대비 효용(ROI) 관점에서도 효율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구글과 아마존 등 거대 글로벌 정보기술( IT) 기업의 경우 업무 수행 장소를 크게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본사에서 채용한 후 파견국 현지 법인으로 전출해 현지 법인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고정적인 파견 수당 대신 기업에서는 성과와 연동된 본사의 스톡옵션 등 주식 기준 보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파견국으로 이동하지 않고 본국 또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제3국에서 해외 파견국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원격 근무 제도(Remote Work)’의 도입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원격 근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글로벌 세무 이슈가 발생함에도 파견으로 인해 증가하는 기업의 추가적인 제반 비용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기업들과 근로자들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과 새로운 근무 방식을 경험하고 있다. ‘변화의 첫걸음은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는 루 거스너의 말처럼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인사관리 시스템 혁신의 그 첫걸음을 과감하게 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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