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7만 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가들이 끌어올린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내년 반도체 업황의 본격적인 개선 기대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 전망치도 하루가 멀다고 높아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29% 오른 6만 9,700원을 기록했다. 장중 7만 원 선을 넘겨 7만 5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 기록을 이틀 연속 바꿨다. 외국인들은 차익 실현에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개인들이 이를 되사면서 주가를 다시 한 번 끌어올려 ‘7만 원 돌파’의 주역이 됐다. 반도체 ‘투톱’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도 장중 11만 4,500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고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면서 11만 1,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개인들은 삼성전자를 1,483억 원, SK하이닉스를 31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사들도 최근 이들 기업의 목표 주가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7만 6,000원에서 9만 원으로 18.42% 상향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쟁사보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내년부터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비메모리의 성장이 전망된다”고 상향 이유를 밝혔다. NH투자증권에 앞서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도 삼성전자의 목표가 상향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7만 원에서 7만 8,000원으로 올렸으며 신한금융투자는 8만 2,000원에서 8만 5,000원으로 목표가를 높였다. 키움증권도 지난달 말 7만 5,000원에서 9만 원으로 눈높이를 급격하게 높였다.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증권과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10만 5,000원에서 각각 13만 2,000원과 14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하이투자증권도 이에 앞서 목표가를 한 차례 높였다.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직접적인 이유는 그동안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았던 D램의 업황 개선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주춤해져 경쟁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동안 하락세가 지속되던 D램 가격이 내년 1·4분기부터는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하면서다. 특히 세계 D램 시장의 11%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내년 1·4분기 매출 전망치를 50억~54억 달러에서 57억~57억 5,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이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분야의 성장 기대감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의 반등까지 반영되면서 눈높이 상향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4분기 D램 가격이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내년 1·4분기 가격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4·4분기 D램 수요도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연말로 갈수록 공급 업체 재고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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