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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소상공인 지원 이젠 속도보다 '핀셋'

이재명 성장기업부 기자





의류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내년 물량을 발주할 자금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어렵게 재창업을 해 폐업만은 피해 보자는 심정으로 소상공인진흥공단을 찾았다. 하지만 과거 남편이 빌린 부채가 남아 있어 부부 공동 책임 규정 때문에 신규 지원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재도전 특화 자금을 신청했지만 신용 등급이 7등급 이하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A씨는 “카드 연체라도 해서 억지로 신용 등급을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공연·스포츠 경기 티켓을 재판매하는 스타트업 B사는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 경영 안정 자금 5억 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실제 수령한 금액은 신청 자금의 30% 수준인 1억 5,000만 원에 불과했다.



30명 직원의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한다. 겨우겨우 연명을 해오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말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다시 경영이 악화했다. 직원 3분의 1이 나가고 회사는 자본 잠식 상태가 됐다. B사 관계자는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현실성 있는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가항력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보릿고개가 다시 시작된 가운데 이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의 자금 투입도 늘고 있다. 소진공에 5조 6,000억 원, 중진공에 5조 5,700억 원의 예산이 넘겨졌다. 긴급 경영 안정 자금은 지난해 예산의 4배, 소상공인 지원 자금도 60%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는 ‘스피드(속도)’보다 촘촘한 핀셋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기 의지’ 등 무형의 요소까지 판별해 지원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없을까.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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