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다. 앞 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鹹淡·음식의 간)을 맞게 하소. 고추·마늘·생강·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요.”
1816년의 기록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나오는 김장의 모습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을 전후로 김장의 모습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바야흐로 지금이 김장의 계절이다. 김장의 재료와 방법은 지역별·집안별로 차이가 있는데 동일한 재료를 사용해도 집집마다, 해마다 김치의 맛은 다르다. 재료 배합 등의 다른 요인들도 있겠으나 발효 과정을 거치는 김치의 특성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발효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김치는 식품의 우수성으로도 유명하다. 젖산과 젖산균이 풍부하고 항산화, 항암, 고혈압 예방 등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미국의 건강 전문지인 ‘헬스’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2015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식품 6가지’ 중 하나로 김치를 선정하는 등 김치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인정받는다.
김치와 김장의 역사는 농가월령가 외에도 여러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겨울 내내 반찬으로 삼는 소금에 절인 순무’가 나오는 이규보의 ‘가포육영(家圃六詠)’, 고추를 섞은 무가 언급된 ‘증보산림경제(1766년)’ 등이 있다. 우리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온 김장은 그 역사와 식품의 우수성 등을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017년 ‘김치 담그기’라는 명칭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됐다. 다만 해당 기능을 전승하는 주체인 ‘특정’ 보유자나 보유 단체를 함께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치 담그기는 고도의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그 자녀로 전승되는 생활 관습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나래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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