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005880)이 8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순발행했습니다. 해운사들의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최근 3개월간 무려 138%나 급등한 곳이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해상 운임이 크게 상승한 영향입니다.
회사는 회생절차가 끝난 2013년 이후부터 안정적으로 영업현금을 창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현금흐름을 외부차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영업현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선대투자로 지출하는 비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선박금융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 등 지속적인 채무 부담도 남아 있습니다. 대한해운이 올해 4·4분기 갚아야하는 차입금은 1,766억원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4분기 기준 803억원에 불과합니다.
대한해운의 단기신용등급은 A3-로 투자적격등급의 최하단입니다. 마지막으로 받은 장기신용도는 BBB로 사실상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체력이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단기자금이나 사모 회사채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주가에 반영된 기대감과는 달리 이같은 고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컨테이너선의 운임이 사상 최대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한해운의 주력사업은 광물과 곡물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이기 때문입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4일 기준 1189로 전년 동기 1400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연 평균으로는 약 20.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대한해운의 3·4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줄어든 2,20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3·4분기 기준으로 회사는 내년에도 약 1,7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아야 합니다. 보유한 선박 대부분과 유형자산, 투자부동산을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만기 연장이나 차환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인 채무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다행히 내년부터 벌크선 운임이 조금씩 회복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중국과 미국 등의 인프라 투자가 이어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지요.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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