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심리위원 3명 모두 법정 나와 준법위 평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나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홍순탁 회계사, 고검장 출신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위원 3명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준법위에 대한 의견을 각각 밝혔다. 이날 위원들은 모두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위원들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큰 틀에서 준법위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이 발생 가능한 위법행위를 유형별로 분류해 사전에 대비했는지, 위법행위가 인지됐을 경우 사실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출범한 준법위가 아직 활동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평가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도 설명했다.
강일원 전 재판관, 대체로 긍정적 평가
3명 중 가장 먼저 발언한 강 전 재판관은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모두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법정에서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삼성증권 등이 재판부 지적 이후 준법감시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을 강화했다”면서 “내·외부 시스템도 강화해 제보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정의하고 선제적 예방 활동을 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며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감시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 관련 인물들의 인사배제를 권유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형사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은 아쉽다”고도 말했다.
다만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제도가 활발해진다면 앞으로 회사 내부 조직을 이용해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질 것”이라며 “준법감시위의 현 상황을 지켜본다면 지속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홍순탁 회계사, 실효성·지속가능성 부정적 평가
다음으로 발언권을 얻은 홍 회계사는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현재까지 준법위는 모니터링 체계를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면서 “핵심적 모니터링 공백은 중요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준법위 활동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리스크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다른 임직원에 적용된 사실관계 확인 등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 회계사는 “준법위가 관계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성이 인지되는 삼성물산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은 (준법위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하는 항목”이라면서 “예산 배정 중단이나 사무국 보직 전환을 막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속가능한 제도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경수 변호사 긍정 평가…"진일보한 것"
마지막 발언자인 김 변호사는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취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위는 최고경영진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에서 준법감시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위원들의 의지가 (지금처럼) 계속되는 한 경영진의 준법의지가 크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준법위를 두고 “최고경영진의 수사와 재판이라는 비상한 상황에서 출범했다”면서 “재판의 위기를 넘겨보자는 ‘꼼수’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의심도 존재한다”고도 평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준법위의 권고로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과의 약속’ 수준으로 각인됐다”고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국민의 관심과 사내 준법문화는 경영진의 준법의지를 담보할 동기로 충분하다”며 “준법위 출범은 근본적 구조 변화의 하나다. 진일보한 (조치인) 것은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위원들은 준법위가 객관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자료조사와 면담조사를 통해 살핀 후 지난 3일 재판부에 평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준법위는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 매달 첫 번째 목요일 정기회의를 열고 있다. 올 1월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사내 준법감시조직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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