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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기금에 규제 강화까지…"사실상 기업 팔 비틀어 脫탄소"

[급발진 탄소중립]

■당정 '2050 탄소중립' 전략

소요재원 마련 구체적 방안 없이

洪 "에너지세 개편 통해…" 언급

기업 과세로 기금충당 가능성 커

환경 공시의무 확대·책임 강화도

"인센티브보다 稅부담 방식 추진

결국 국내 생태계 망가질것" 지적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 중립 실현 추진 전략’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기영(왼쪽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 부총리, 조명래 환경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오승현기자




“기후대응기금 재원은 친환경에너지세 개편을 통해 수입원이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제2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 직후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며 기후대응기금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탄소 중립 생태계 지원을 위해 조성되는 기후대응기금 재원을 신규 수입원 발굴 등을 통해 확보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다만 홍 부총리가 친환경에너지세 개편 입장을 밝힌 만큼 결국 기업들이 탄소세 등으로 관련 재원을 대부분 부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의 한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막대한 국가 채무 등을 감안하면 오늘 정부 발표는 사실상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탄소 2050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센티브 제공보다는 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탄소 중립이 추진될 경우 결국 수출 경쟁력 저하로 국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전략안’이 공개된 후 기업들은 세 부담을 비롯한 각종 부대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기후대응기금 조성 △기업 환경 관련 공시 의무 단계적 확대 △탄소 가격 시그널 강화 등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해 신설하는 기후대응기금의 마련 방안은 현재 상당히 모호하다. 정부는 유사한 성격의 기존 특별회계·기금을 통폐합하고 내년부터 관련 부처 협의를 우선 추진해 재원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홍 부총리가 이날 브리핑에서 ‘친환경에너지세 개편’을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로 언급한 만큼 결국 세제 개편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간한 ‘에너지 세제 현황과 쟁점별 효과 분석’ 보고서 또한 “온실가스 저감의 글로벌 추세 속에서 환경 정책 조합과 성장성 등을 종합한 에너지 세제 검토가 필요하다”며 에너지 세제 검토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기업의 환경 관련 공시 의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기업의 환경 리스크 및 관리 시스템 등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시 의무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인력 확보 및 시스템 구축 등으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통해 기업의 환경 부문 책임을 강화하고 ‘책임 투자 가이드라인’에 기관투자가가 녹색 투자를 강화하도록 유인 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투자 재원 부족 등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느린 기업은 관련 방안이 시행될 경우 자금 모집에 한층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외에도 세제, 기업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의 가격 체계를 재구축해 탄소 배출을 줄일 방침이다. 이 같은 방안은 해외 사례 등을 놓고 봤을 때 세제 개편 등을 통한 기업 과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010년 이후 캐나다·아일랜드·프랑스·일본 등이 탄소세를 도입한 데다 캐나다는 오는 2022년까지 탄소세율을 추가로 인상할 방침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 고효율 설비 전환, 태양광 설비 확대 등을 위해 내년 예산 국회 심의 과정에서 3,000억 원을 증액했으며 투자 세액공제 제도 개편을 통해 기업들의 탄소 배출 감축 활동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체감하기 어려운 혜택”이라는 입장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정부의 로드맵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서두르는 모습도 엿보인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총괄하는 국책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을 위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내년 말까지 에너지·산업·수송 등 분야별 전략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배출 증가량을 고려한 전망치의 37%)’를 2025년 이전에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위해 관련 법정 계획을 정비하는 한편 이를 국가계획(2022~2023년)에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증가한 데다 지난해 배출량이 전년 대비 3.4% 감소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목표치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탄소 중립의 시급성이 높아졌지만 지금과 같은,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형태의 정책 추진은 곤란하다”며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에서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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